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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여름방학 캠프

주역, 한의학, 관상학 등으로 대별되는 동양학에서 대부분의 근본원리는 우주를 포함한 대자연의 법칙에서 차용한다. 인간의 건강과 운명은 자연의 법칙에 의해 대부분 결정된다는 의미다. 5장 6부와 오대양 육대주, 신체 12마디와 12개월, 24개 갈비뼈와 24절후, 365개 경혈과 365일 등이 그 증거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의 법칙도 우리 몸과 인생에 정확히 적용되고 있다. 따듯한 봄의 시기는 신체 부위로 보면 발과 다리이고 나이는 1~20세, 뜨거운 여름은 몸의 배 부분이고 나이는 21~40세, 서늘한 가을은 가슴에 해당되고 나이로는 41~60세, 차가운 겨울은 우리 몸의 머리 부분에 해당되고 나이는 61세 이후의 시기이다. 하여 발은 따뜻하고, 배는 뜨겁게, 가슴은 서늘하게, 머리는 차갑게 유지해야 혈액과 기의 순환이 원활하게 되어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 만약 유아기 아이에게 모자를 두껍게 씌워 머리를 너무 따뜻하게 키우면 이 아이의 머리는 멍청해질 가능성이 더 높다. 왜냐면 머리는 겨울에 해당돼 항상 차가워야 좋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는 연초록과 나무(木)의 상승 기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용수철(Spring)로 표현되는 봄에 해당되는 중고교 시절이다. 청소년기는 모든 힘과 기가 다리에 있어 힘을 주체할 수 없지만 여름의 열정, 가을의 사색, 겨울의 지혜 등이 미성숙된 시기이다. 곧 여름방학이 된다. 이들의 다리 힘을 쓰게 해야 한다.

필자의 여름방학 추억은 친구들과 벌인 한여름 밤의 천렵과 과일 서리이다. 우리 회사 새내기 사원인 수진 양에게 물었다. "여름방학의 추억이 뭐냐"고. 영수학원에서 책과 시름했던 기억밖에 없다고 한다. 이것이 오늘날 중고생의 현실이다. 여기에 우리 세대의 낭만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을 것이다.

이제 여름방학이 된다. 중고생 학부모들에게 입시학원들의 방학 특강을 조금씩 줄여 다만 며칠만이라도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여름방학 캠프를 강권해본다. 캠프의 선별 기준은 신뢰할 수 있는 안전, 적성, 창의와 사고력 활동 등이 있는 미래지향적인 캠프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의 성격과 적성, 관심사를 정확히 파악해 자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캠프를 보내야 좋다.

지난여름 딸아이의 동아리가 주최한 영남삼육고등학교의 모의국제회의(WOWMUN)를 참관한 바 있다. 100여 명의 중고생들이 밤늦게까지 모여 토론을 하면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 대부분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석한 캠프였기 때문이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외교관이란 같은 꿈을 향해 정보를 교환하고 인맥과 추억을 쌓고 있었다. 최소한 거기에는 오늘날의 학교 문제는 없어 보였다.

서영환 시인'음악평론가 seodam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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