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민원의 승리인가? 또 다른 불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인가?'
포항시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양덕동 승마장 건설이 주민반발에 부딪히며 결국 백지화됐다.
박승호 시장은 3일 포항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주민합의 없이는 승마장 건설 공사를 절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백지화를 선언했다.
자녀들의 초등학교 등교거부라는 주민들의 초강수에 '불도저'라고 불리는 박 시장도 결국 무릎을 꿇은 것이다. 공정률 90%로 이달 말 준공을 앞둔 상태에서 공사를 포기한 데는 내년 시장 3선을 앞둔 박 시장이 더 이상의 사태확산으로 표를 잃을 수 없기에 나온 고육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무튼 그동안의 갈등이 일단 봉합된 부분에 대해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번 일을 놓고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주민들의 답답함을 모르지는 않지만 자신들의 민원 해결을 위해 자녀들의 학습권을 침해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어른들의 문제에 어린이들을 끌여들였다는 비판에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지금 포항은 양덕동 승마장뿐만 아니라 효자동 빗물펌프장, 제철동 쓰레기매립장, 동해면 군 공항 이전 등 집단민원이 현재 진행형이다.
양덕동 주민들처럼 향후 다른 지역 민원인들도 자신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자녀들을 등교거부시킨다면 포항시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기자회견에서 이 부분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지만, 박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벌써 "앞으로 포항의 모든 집단민원은 자녀들을 학교 보내지 않으면 해결된다"는 말이 시민들 사이에 나돌고 있을 정도다.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점에서는 진일보한 행정이라고 여겨지지만, 등교거부에 따른 집단민원 해결의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는 앞으로 포항시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임에는 분명하다. 이번 사태가 또 다른 민원 해결 방법의 잘못된 씨앗으로 자라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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