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붉은 공 모양의 조형물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각각의 붉은 공에는 검은 점들이 빼곡하게 박혀있다. 전시 공간을 채우는 붉은 점, 그 붉은 점을 채우는 검은 점…. 대구미술관 어미홀에 설치된 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85)의 '점에 대한 집착'(Dots Obession)이다.
대구미술관은 이달 16일부터 11월 3일까지 쿠사마 야요이 초대전을 연다. 45점의 대형 회화와 실크스크린 50점, 작가의 작업 개념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물방울무늬, 거울, 풍선, 전구 등 다양한 소재의 설치작품과 조각, 영상 등 작가의 핵심적이고 대표적인 근작 20점을 포함해 총 11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쿠사마는 세계의 유명한 미술관으로부터 초대전이 끊이지 않고 유명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과 협업하는 등 상업시장과 미술관에서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있다. 세계 미술의 중심에 서 있는 작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이번 대구 전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대구미술관은 이번 쿠사마 야요이 기획전을 서울, 상하이, 타이베이 등으로 순회시키는 결실을 보기도 했다.
평론가들은 쿠사마 야요이 작품의 원천을 그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 현재도 앓고 있는 정신질환 등에서 찾는다. 그는 1929년 일본 마츠모토에서 태어났다. 일본의 만주침략과 2차 세계대전으로 그의 어린 시절은 늘 전쟁의 먹구름이 뒤덮고 있었다. 또 그의 어머니는 어린 쿠사마를 매질하거나 욕설로 대했다. 애정 결핍과, 불안했던 어린 시절 환경 속에서 그는 자살 충동, 망상, 시청각적 환각을 경험했다. 열 살 무렵에는 빨간 꽃무늬 식탁보의 잔상이 온 집안에 보이는 등 착란 증상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1947년 교토시립예술대학에서 일본화를 공부했고, 1957년 그의 나이 27세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의 작업 활동은 오늘날의 쿠사마 야요이를 만드는 데 발판이 되었다. 팝아트, 설치미술,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작업했고, 록펠러재단에서 지원하는 창작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사방의 벽과 천장까지 모두 점들로 뒤덮이는 환각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설치 작품도 제작했다.
쿠사마 야요이는 뉴욕에서 활동할 때부터 작업 도중 정신 질환으로 종종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1973년 일본으로 돌아갔고 그즈음 환각과 공황발작이 재발하면서 1977년 자진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이후 최근까지 병원 인근에 작업실을 얻어 휠체어를 타고 병원과 작업실을 오가며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어미홀에 설치된 '점에 대한 집착'(Dots Obession)과 1전시실의 대형 조각 작품 '튤립을 향한 내 모든 사랑, 영원히 기도 하리라'(With all my love for the tulips, I pray forever)는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작업한 작품이다. 그 밖에 10점의 조각과 회화 10여 점이 대구미술관에서 처음 공개된다. 전시가 진행되는 3개월여 동안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여 완성시키는 작품 '소멸의 방'(The Obliteration Room)도 준비한다. 작가의 작업 개념을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하며 이해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작업이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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