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너무 비싼 여름 먹을거리 "식히려다 열받겠네"

팝빙수 냉면 1만원 내외, 10년 전보다 10배

"삼계탕, 팥빙수 사먹으려니 너무 비싸서 엄두가 안 나네요."

여름철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 가격이 수은주만큼이나 치솟아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대표 보양 음식인 삼계탕은 한 그릇에 1만원을 훌쩍 넘었고, 10년 전 1천500원이던 팥빙수는 최고 1만2천원까지 올랐다.

16일 오후 1시쯤 대구 중구의 한 삼계탕 음식점. 점심시간이 거의 다 끝나가는데도 여러 사람이 줄을 서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집의 삼계탕 가격은 1만2천원. 삼계탕 한 그릇과 깍두기, 마늘무침, 하얀 무절임이 나왔고, 후식으로는 매실차가 나왔다. 삼계탕을 맛본 손님들은 대부분 삼계탕 맛에는 만족했지만 가격은 부담스러워했다. 장영희(70'대구 수성구 두산동) 씨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시내 나와서 삼계탕 한 그릇으로 여름을 이겨내려고 하는데 갈수록 가격이 올라 큰일"이라며 "점점 맛있는 것 사 먹기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시내의 또 다른 삼계탕 체인점은 일반 삼계탕을 1만2천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비싼 삼계탕은 3만원이다. 이 삼계탕 가게 업주는 "산삼배양근, 전복, 자연산 송이를 넣었고 육수도 좀 더 특별한 방식으로 내서 가격이 '조금' 나간다"며 "하지만 일반 삼계탕 가격은 5년째 1만2천원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계탕뿐만 아니라 여름철에 시민들이 많이 찾는 다른 음식들 또한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대구 수성구의 한 냉면전문점은 물냉면, 비빔냉면 모두 7천5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양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추가 사리를 3천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도모(33'대구 수성구 지산동) 씨는 "차라리 '곱빼기' 메뉴를 만들어 1천원 정도 더 받는다면 이해하겠는데 추가 사리가 3천500원이라니 결국 곱빼기 냉면이 1만1천원이 되는 셈 아니냐"며 "너무나 비싸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 밖에도 일부 식당에서 파는 콩국수 가격은 7천원이고, 물회는 1만원 이하인 곳을 찾기 힘들다.

팥빙수 가격은 훨씬 더 뛰었다.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확인한 팥빙수 가격은 3천800원이었다. 지난해 3천500원이었다가 기습적으로 인상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는 이 패스트푸드점의 팥빙수를 맛본 한 시민은 "10여 년 전에 이곳에서 팔던 팥빙수는 1천500원이었다"며 "바뀐 내용물이라고 해봤자 후르츠 칵테일이 블루베리로 바뀐 것밖에 모르겠는데 팥빙수 가격은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올랐다"고 했다.

패스트푸드점의 팥빙수 가격은 저렴한 축에 속한다. 동성로 주변의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팥빙수 가격을 조사해 보았더니 대부분 8천~9천원 정도였고, 1만2천원이나 하는 팥빙수도 있었다. 해당 커피전문점 종업원은 "팥빙수 한 그릇이면 3명 정도 나눠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3명이 먹는다고 해도 한 사람당 팥빙수 값으로 최고 4천원이나 내야 한다.

한국외식개발연구소에 따르면 체리와 블루베리가 들어가는 팥빙수의 원가는 약 1천600원 선. 이에 비해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팥빙수는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8배의 가격으로 팔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패스트푸드점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라 일시적으로 오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삼계탕 가게 업주는 "매년 물가가 오르다 보니 2, 3년 간격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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