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시간

누구나 주어진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 시간은 그 어떤 장사도 붙잡을 수 없다.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원하는 공연을 완벽하게 연출할 수 있을까 늘 생각해본다. 공연을 만드는 것은 시간이다. 꽃이 필 때 만들기 시작한 작품은 비가 오고 나뭇잎이 떨어질 때 공연된다. 꽃이 피고, 비가 오고, 나뭇잎이 떨어지고, 눈이 오는 것을 한평생 몇 번이나 볼 수 있겠는가?

힘들고 속상한 일도 많았지만 흐르는 시간을 느낄 겨를도 없다. 공연이 끝나고 눈이 오는 것을 보게 될 때면, 지난 추억들이 생각난다. 지나올 땐 그저 힘들고 지쳤는데, 순간순간 방울진 추억들이 늘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은 좋은 공연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함께 열정을 쏟아낸 계절들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그렇다지만, 공연이란 특히 만남과 이별을 자르듯 정해 놓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시작은 모두가 설레고 즐거운 마음으로 모이지만 끝에는 결국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버린다. 이것은 마음의 문제와는 다르다. 안타까운 현실의 벽이라고나 할까? 먹먹한 이별은 항상 그곳에 있다.

수도 없는 이별이 안타까웠던 나는 극단을 만들었다. 오랜 시간 동안 함께 공연을 만드는 이들과 같이 있길 바랐지만 현실은 또 우리를 헤어지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추억으로 남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별이 너무 가슴 아프다. 흐른다, 잡을 수가 없다. 지금 이 시간도 흐르고,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것이 변해간다.

이것은 공연예술도 예외는 아니라서 우리는 또다시 정해진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해갈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라면 몇 번이고 만남과 이별을 반복할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더 없이 소중하다. 그 안에 사랑이 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곳에 있는 이별' 앞에 우리는 또다시 헤어지겠지만 항상 함께인 마음만큼은 잊지 않을 테다. 또 새로운 시작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때론 부딪히면서 나아갈 것이다. 그 순간이 아무리 모질더라도 모든 것은 좋은 공연을 위한 것이라 믿으면서. 설령 우리 앞에 여느 때와 같은 이별이 있다 해도 이 시간, 이 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기도 하지만 잔인하기도 하다. 사랑과 정을 느끼며 헤어지기 싫은 사람들이거나, 지금 행복한 순간을 조금 더 연장시키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특히나 더 무서운 존재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자. 시간은 한 번 흐르면 돌아오지 않고,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아닐까?

이홍기<극단 돼지 대표 ho88077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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