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의'약사들이 의료 혜택에서 소외된 몽골을 찾아 주민들의 아픈 몸과 마음을 어루만졌다. 동구청과 동구의회도 이들과 함께하면서 행정'경제적 교류 활동을 펼쳤다. 이달 8~14일 이재만 동구청장을 필두로 동구 의사와 한의사, 약사 등 23명으로 구성된 의료봉사단은 교류도시인 몽골 볼강아이막을 방문했다. 방문단은 의술을 통해 병든 몸을 치유하고 교류를 통해 희망을 전했다.
◆사랑의 의술, 몽골을 치유하다
몽골 볼강아이막(BulganAimag).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북서쪽으로 차로 8시간(456㎞)을 달려 도착한 이곳은 21개 아이막(한국에서의 '도') 중 하나로 해발 1,654m에 인구 5만8천 명이 생활하고 있다.
10일 의료봉사단은 볼강아이막 도립병원을 찾았다. 이들은 동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아과, 내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치과, 한방과 전문의와 약사들로 3년째 몽골에서 진료와 약품조제 등의 봉사를 해오고 있다. 오전 9시가 되자 도립병원 앞마당에는 한국에서 의료진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환자 100여 명이 모여들었다. 이날 하루 동안 400여 명의 주민이 진료를 받았다.
주민들은 병원 2층에 마련된 접수대에서 증상에 대한 설문을 거친 뒤 해당 과로 향했다. 절바야르(15) 군은 1년 전부터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워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있지만 아무런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엔 왼쪽 무릎에까지 통증이 생겨 계단을 오르기도 힘겨운 상태였다. 정형외과 진단을 거친 절바야르 군은 한방과를 찾아 목과 손, 무릎에 침을 맞는 등 치료를 받았다. 바담제르(79'여) 씨는 몇 년 전 갈비뼈가 부러졌는데 최근 상처부위가 쓰리고 얼굴 반쪽이 당겨서 병원을 찾았다. 기침할 때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한 바담제르 씨는 진단 결과 갈비뼈가 어긋난 상태에서 아문 것이 드러났다. 당장 갈비뼈를 바로잡는 시술이 힘들어 고통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와 처방전을 받았다.
각 과의 환자들이 모두 거쳐 가는 약국은 더욱 붐볐다. 우창우 전 동구약사회장과 정일영 동구약사회장이 손발을 맞춰 약을 조제한 뒤 복용법을 상세히 설명했다. 의사소통의 문제로 혹시 복용법을 잘못 이해하진 않을까 당부한 내용을 되물으며 재차 확인했다. 이번 의료봉사에 동원된 약은 위장약과 진통소염제, 혈압약 등 22가지 종류의 2만여 알로 오후 5시 이전에 동났다.
어용 체체크(45'여) 도립병원장은 "5, 6월만 되면 주민들이 한국에서 의료봉사단이 언제 오냐고 물어온다"며 "어느 당뇨병 환자는 지난해 봉사단이 나눠준 약봉지를 들고 같은 약을 찾았지만 같은 효능을 지닌 약이 없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몽골 사람들은 위장병과 관절염이 심하다. 보드카 등 술이 독하고 육식 위주의 식습관 때문에 속병이 많고, 체중이 무겁고 넓은 초원을 많이 걷기 때문에 관절이 탈나는 것. 특히 암보다 심장질환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원인은 과도한 소금 섭취로 1일 권장량의 2배에 가까운 소금을 먹고 있다. 이에 이번 진료에는 소금 섭취량을 줄일 수 있는 보건 교육도 함께 실시했다.
◆행정'경제 교류의 보폭을 넓히다
대구 동구청은 2008년 7월 몽골 볼강아이막과 우호교류 협정을 맺은 후 매년 상호 방문을 통해 우호교류 증진에 노력해 왔다. 특히 올해 방문을 통해 이재만 동구청장과 최대석 의원 등 동구의원 3명은 의료봉사 등 인도주의 실천은 물론 행정'경제적 교류의 폭을 넓히는 성과를 얻었다.
이들은 이달 9일 에르데네르 JCI(국제청년회의소)를 방문했다. 이날 헤세 바타르 JCI 회장은 "에르데네르에는 현재 나무를 심고 유지하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팔공산을 끼고 있는 대구 동구가 많은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고, 방문단은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10일 볼강아이막 청사를 찾아 다와자브 에르덴바트 볼강아이막 도지사와 협력 방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11일에는 현지 농가마을인 '할가나트' 견학을 통해 몽골에서 재배되는 작물과 기후, 토양 등을 점검하며 앞으로 한국 농업인이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번 방문의 성과로 동구 공산동 출신의 하창호(52) 씨가 볼강에서 약 500만㎡(150만 평) 규모의 땅을 임대받아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에르덴바트 도지사의 협조를 얻어냈다. 또 관광자원 개발에 동구청과 볼강아이막이 공동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몽골은 9월이면 호수가 얼기 시작한다. 이에 착안해 언 호수에 구멍을 뚫어 낚시를 하고 또 눈 덮인 초원에서 사냥을 할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기로 한 것. 에르덴바트 도지사는 1천600만㎡(약 500만 평)의 호수와 임야를 제공하고, 향후 볼강의 낡은 숙박시설도 수리하겠다고 방문단에 정식 제안했다.
이재만 동구청장은 "5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꾸준히 방문을 이어가면서 의료와 농업,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반성장'을 위한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며 "몽골은 도로와 건물 등 기반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고 매년 몰라보게 발전하는 역동적인 나라이기 때문에 볼강과의 교류는 동구의 큰 자산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몽골 볼강아이막에서 글'사진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정동영 "대북 민간접촉 전면 허용…제한지침 폐지"
한동훈, 당대표 후보 검증 나선 전한길 두고 "진극 감별사"…김문수·장동혁 향해선 "'극우 없다'면서 줄서기"
李대통령, 과한 수사 제동…李경북도지사 첫 사례 되나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60%선 붕괴…20대 부정 평가 높아
이재명 "말 안하니 진짜 가만히 있는 줄 알아, 치아도 흔들려"…관세협상 침묵 이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