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水鄕안동'을 리모델링하다] ⑩볼티모어 신화를 꿈꾸다

세계적 도시 벤치마킹…역사 자원·수변 공간 활용 '명품도시'로

# 스페인 빌바오, 미술관 등 예술 접목

# 獨 뒤셀도르프, 가장 걷기 좋은 도시

# 英 밀턴케인스, 중세'현대 건물 공존

'볼티모어 신드롬'(Baltimore Syndrome), 안동이 볼티모어 신화를 꿈꾸고 있다. 풍부한 물 자원과 수변공간의 재창조, 재개발의 세계적 성공 모범사례가 된 미국 동부 볼티모어 항구의 성공 신화에서 물의 도시, 수변 관광도시를 꿈꾸는 안동의 미래를 엿본다.

미국 메릴랜드 주의 항구도시 볼티모어는 부두를 중심으로 선박회사, 제조업체 등이 밀집한 상업도시였다. 1950년대 이후 항구 관련 산업이 쇠퇴하면서 도심공동화 현상이 일어났다. 1960년대부터 항구 주변 수변공간을 재개발하면서 도시가 다시 살아났다.

'ㄷ' 자 모양의 항구를 따라 조성된 보행자 전용 수변로는 아침 조깅코스와 출근길, 저녁엔 음악회 등 이벤트가 열리는 공연장으로 변하면서 방문객들로 붐볐다.

도시계획가 제임스 라우즈(James Rouse)는 도심과의 인접성, 자연 및 인문환경의 이용, 이벤트 등을 묶은 패키지를 활용한 마케팅 기법을 성공적으로 적용했다. 수변공간과 역사적 건축환경이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요소와 어울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볼티모어의 성공사례에서 보듯 안동 역시 수변공간의 공공성을 인식하고 시와 기업, 시민이 함께하는 민'관 협력 파너트십 형성이 필요하다.

역사문화 자원 등 안동 수변공간만의 특성을 파악해 매력적인 공간으로 가꾸고, 적절한 마케팅을 펴 나간다면 안동의 미래는 세계적 수변 관광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 수변도시들의 개발 사례를 통해 안동이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고, 모델로 삼아 물의 도시 청사진을 그려야 할 때이다.

◆스페인 빌바오, 문화'체육시설 설치로 죽은 도시 되살려

지난해 9월 제1회 낙동강 국제 물주간 행사기간 동안 안동에서 열린 국제수변도시 시장회의에 참석한 라키 아즈쿠나(Laki Azkuna) 스페인 빌바오 시장은 "4대강 사업으로 정리된 낙동강 주변 도시는 도시재생 과정을 거치면 성공적인 물관리 시스템을 갖춘 곳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빌바오시가 죽어가던 철강 및 조선공업도시를 세계적 수변도시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던 것은 유권자들의 표를 좇지 않고 도시의 미래를 위한 결단에 나섰던 의회 의원들이나 정책 입안자들이 '빌바오 리아 2000'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유치한 구겐하임 미술관 때문이었다"면서 "강을 통한 문화와 예술의 접목이 도시 재생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소개했다.

철강 및 조선공업 도시 빌바오는 각종 공장 폐수와 생활오수로 네르비온 강이 썩어가던 도시였다. 하지만 강 주변에 미술관과 음악당, 체육시설을 설치해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도록 하면서 아름다운 도시로 변모해 갔다.

이제 빌바오시는 시민들의 믿음과 도시개발 정책입안자와 지도자의 올바른 방향제시 등으로 인텔리전트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빌바오시는 의견을 조율할 기구를 만들고 여기에 독립성을 부여해 도시 발전을 앞당겼다. '빌바오 리아 2000' 프로젝트는 기관끼리의 갈등을 조정하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게다가 확고한 리더십도 한몫했다. 시민들의 투표로 선출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은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지만 1990년대 바스크 자치정부 및 빌바오시 관계자들은 지역민들의 표를 좇아 행동하기보다는 지역의 미래를 위한 결단에 동참했다.

주민 95% 이상이 유치를 반대하는데도 결국 빌바오시가 살아갈 길은 미술관 유치에 있다는 실무진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줬기에 오늘날 전 세계가 벤치마킹하는 도시로 성장했다.

◆독일 뒤셀도르프, 라인 강과 도시 연결해 수변 중심 도심 재창조

독일 뒤셀도르프는 라인 강 수변공간을 재창조해 아름다운 도시로 거듭났다. 강에서 멀리 떨어져 도시가 형성된 한국과 달리 강 수변공간을 따라 도시 건물들이 들어서고, 하천과 도시를 연결해 도심을 재창조하면서 뒤셀도르프 수변공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알프스에서 시작돼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여러 나라를 지나는 1천320㎞의 라인강은 독일을 흐르는 부분이 가장 길어 독일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다.

특히 뒤셀도르프는 42㎞의 라인강이 흐르면서 강 좌우에 펼쳐진 세계적 수변도시로 유명하다.

라인 강을 따라 미디어 하펜 단지에는 세계적 패션회사들이 몰려 있다. 라인 강 중'하류를 끼고 있는 이곳은 한때 쇠락의 길을 걷다 오늘날 유럽 최고의 관광 코스이자 독일 시민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곳으로 거듭났다.

뒤셀도르프는 도시 재건 과정에 수변공간 조성을 놓치지 않았다. 라인강을 따라 2㎞ 길이로 건설된 라인 강변 터널은 도시 역사상 최대의 교통사업이다. 하천과 도시를 새롭게 연결해 도시를 재탄생시킨 것이다.

터널이 개통되면서 라인 강변은 자동차 대신 산책을 나온 시민과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라인 강을 끼고 이어지는 산책로와 즐비하게 늘어선 플라타너스, 벤치, 계단 등을 조성해 라인 강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산책로 주변 공원과 잔디밭에는 항상 시민들로 북적인다. 라인 강변 산책로는 성공적인 강변 개조 사례로 독일과 세계의 건축상을 여러 번 수상하기도 했다.

터널 위로 만들어진 강변 산책로를 따라 노천 식당과 카페들이 늘어서 있다. 강변 터널 위에 만들어진 2㎞의 강변 산책로 주변에 공원과 녹지가 조성돼 있어 뒤셀도르프를 '가장 걷기 좋은 도시'의 반열에 올려놓은 일등공신 중의 하나이다.

◆영국 밀턴케인스, 해마다 나무 130만 그루 심어 숲 조성

인구 20만 명 규모의 계획 신도시인 영국의 밀턴케인스는 호수'녹지의 연결망을 통해 친환경 수변도시로 거듭났다.

영국 밀턴케인스는 생태하천조성과 낙동강살리기 등으로 조성된 40여㎞에 달하는 수변공간을 친환경 녹색공간, 도시형 시민휴식공간, 수상레포츠형 생활체육공간으로 조성하려는 안동시가 눈여겨봐야 할 곳이다.

영국 정부는 1967년 밀턴케인스 개발공사를 설립해 3년 동안 조성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1970년부터 30년 동안 건설에 나섰다.

철도, 도로 등 기본 인프라는 물론 수변 공간 조성에도 공을 들였다. 12개의 인공 호수와 나무 2천500만 그루의 숲이 1~6층 높이의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도시를 순환하는 300㎞ 자전거 전용도로도 마련됐다. 유리로 지은 현대식 건물과 함께 붉은 벽돌의 주택, 중세 성곽 등이 어우러져 있다.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도시의 운하는 운치를 더한다.

밀턴케인스는 장기 계획에 따라 과거와의 공존을 모색했다. 개발 이전의 마을을 유지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남아 있는 로마제국 시대의 유적을 바탕으로 로마식 모자이크를 새기는 정비 작업을 했다.

조화로운 경관을 위해 고도제한이 이뤄지고 있다. 단독주택의 경우 1, 2층이 90%를 넘는다. 중심 상업지구도 6층 이하로 지어야 한다. 나머지 건물은 3층으로 제한돼 대부분의 건물이 나무보다 낮은 풍경이 조성됐다.

도시의 4분의 1이 공원 등 녹지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매년 13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현재 2천만 그루가 넘는 나무숲이 조성돼 있다. 늪지대인 곳을 인공 호수로 만들어 홍수를 막는 것은 물론 경관 자원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밀턴케인스는 인간 우선의 친환경 길을 조성했다. 이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할 수 있게 도시 전체에 차도와 분리된 레드웨이(Redway)가 있다.

레드웨이는 자연과 조화를 고려했기에 가능했다. 숲 사이와 호수 주변으로 길을 내 산책도 하고 조깅도 할 수 있는 친환경길을 시민들에게 선물했다.

경북도립대 권기창 교수는 "세계적 수변도시들의 강 수변공간에는 건축물들이 들어서 도심이 형성되거나 문화·체육시설이 조성돼 사람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으며 강 위에는 유람선 등이 운행된다"며 "강은 이제 보존하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에서 이용하고 활용해야 하는 자원으로 가치를 더해가고 있다"고 했다.

★ 안동역사 이전 터에 도심 랜드마크 조성

# 안동시, 공간 재창조 프로젝트

# 호텔·콘도 등 복합용도로 개발

안동시가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에 따른 안동역사 이전과 도청신도시 조성에 따른 도심 공동화를 해결하기 위해 낙동강과 도심을 연결하고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도심재창조 프로젝트에 나섰다.

안동시가 2014년 경북도청 이전과 2019년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에 따른 안동역사(驛舍) 이전과 도청신도시 개발로 기존 도심 공동화가 우려됨에 따라 '도시공간 재창조 프로젝트' 기본구상 수립을 완료하고 명품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본격 추진에 들어간 것.

안동 주 도심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전통 문화를 바탕으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안동다운 모습으로 도심을 재생'활성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중앙선 복선전철화로 없어지는 안동역사 부지는 도심의 랜드마크와 원도심 재생의 구심점으로 개발된다. 도심휴식 공간 제공을 위한 대규모 시민광장이 조성된다.

호텔과 콘도, 업무시설 및 지하 주차장 조성 등 철도공사(KORAIL)와 협의를 통해 복합용도로 개발하고, 도로개설을 통해 단절된 강남지역과 도심을 하나의 축으로 연결한다.

상부공간에는 기존 도심에서 낙동강을 잇는 하늘전망대를 조성해 타지역과 차별화된 랜드마크로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강남동과 도심을 연결하면서 낙동강 수변공간과 도심을 잇는 하늘전망대를 설치하고, 시민들의 낙동강 수변공간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 강과 도심이 하나의 도시 축으로 연결되도록 한다.

옥정동 일원에는 유교문화의 본향인 안동과 잘 어울리는 가장 한국적인 '한옥마을'을 조성한다. 이를 '읍성길 재현사업'과 웅부공원에서 안동역사를 잇는 보행자 위주 도로인 '웅부거리 조성사업' 등과 연계해 관광루트로 개발한다.

이를 통해 안동 도심을 새로운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관광명소로 개발해 상권활성화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중앙선 이설로 인한 간이 역사 부지와 선로 부지는 단계적으로 레일 바이크와 산책로, 자전거도로 등 친환경적인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우병식 도시디자인과장은 "이 사업이 완료되면 도청 신도시는 정치 행정의 중심지로, 안동 도심은 역사와 전통·문화, 상업이 조화롭게 발전하는 명품도시로 거듭나게 돼 도심공동화 현상을 극복하고 낙동강과 수변, 도심이 하나로 연결되고 도청신도시와 원도심이 상생 발전하는 품격높은 도시, 행복안동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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