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에 중국 의료관광객 107명이 대구를 찾았다. 이들은 중국 유학생들의 부모로 3박 4일 일정으로 지역에 머물렀다. 의료관광객들은 지역의 4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뒤 수성못, 영상음악분수, 한복체험, 동화사 방문, 방짜유기 박물관 관람 등 관광행사에도 참여했다.
의료관광이 국내외적으로 대구를 새롭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구시 주도로 지역 병원들과의 협력체계가 갖춰진 지 4년이 흐르면서 이제는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대구 의료관광 인프라 '벤치마킹 대상'
대구의 의료관광은 2009년 5월 개정 의료법에 따라 외국인 환자 유치가 허용되면서 본격화됐다.
시는 의료관광을 역점사업으로 정하고 의료관광산업을 키우기 위해 2009년 의료산업과 내에 의료관광 계를 신설했다. 2011년 7월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제정했고 2007년 10월 제1차 의료관광 추진계획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5차례의 추진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시는 외국인 환자가 지역에서 특화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시설도 보완했다. 먼저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경북대 내 모발이식센터를 2011년 1월 확장'이전했다. 시와 경북대병원은 모발이식센터를 숙박시설이 있는 대구시티센터로 옮겼다. 35억원을 들여 900여㎡ 규모로 만들어진 모발이식 전용센터는 기존에 1개이던 수술실을 4개로 늘렸고 편의시설도 갖췄다.
지난해 3월에는 대구시티센터 내에 대구의료관광종합안내센터가 문을 열어 원스톱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지난해 11월 지역 병원들과 외국인 환자 유치업체 등 60여 개 회원으로 구성된 대구의료관광발전협의회도 발족했다.
시는 협의회와 함께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대구의료관광발전협의회 박인규 사무국장은 "숙박 및 쇼핑 할인이나 차량 및 통'번역 지원, 팸 투어, 해외설명회, 의료진 연수 및 병원의 해외진출 지원 등 유치 및 마케팅과 관련한 전반적인 사항을 물밑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환자들이 지역을 찾아 한방의료를 체험할 수 있는 한방의료체험센터도 지난해 11월 대구한의대 부속 한방병원에 들어서 한방검진 및 한방 피부케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고 한방 약선식당도 개소해 한방병원 처방에 따른 약선식을 제공하고 있다. 의료관광 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을 써 대구의료관광통역센터에서 지난해까지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175명, 전문 통역인력 35명 등을 배출했다.
의료와 숙박을 한 곳에서 해결하는 '메디텔'(meditel) 건립도 눈길을 끈다. 엘디스리젠트호텔은 지난 6월 대구 중구 동산동 호텔 주차장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18층 규모의'대구메디센터'를 착공했다. 내년 5월 완공 예정인 대구메디센터는 건강검진을 비롯해 성형, 피부, 치과, 안과 등 의료관광과 관련해 인지도가 높은 병'의원이 입점할 예정이다. 대구메디센터가 본격 운영되면 대구 의료관광이 더 날개를 달 전망이다.
잘 갖춰진 인프라 덕분에 대구 의료관광은 국내외적으로 관심거리다. 지금까지 중국 CETV, KBS WORLD TV, 일본 J-COM, 베트남 호치민 TV 등 국내외 언론이 대구 의료관광을 소개했고 다른 지자체도 대구 의료관광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대구시 최운백 첨단의료산업국장은 "다른 지자체들이 수시로 문의 전화를 하고 있으며 경북도나 광주시 등은 직접 직원을 파견해 지역 의료관광 시스템을 견학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병원도 유치에 '총력전'
대구 의료관광은 시뿐 아니라 각 병원들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시가 지정한 지역의 의료관광 선도의료기관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전담팀을 운영하거나 외국에 진료센터 및 홍보센터를 설치하고 있다. 선도의료기관은 2011년 23개소에 이어 지난해 8개소를 추가해 현재까지 모두 31개소가 지정돼 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오래전부터 외국인 환자 진료 경험을 갖고 있다. 1960년대부터 미군부대에 있는 미군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 의료관광에서 앞서가는 병원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 병원은 2010년 의료관광 교류팀을 신설, 외국인 환자 대상 팸 투어 사업과 홍보행사 및 콘퍼런스 참가 등 의료관광 전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중국, 카자흐스탄 등 해외 의료기관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의료혜택 제공과 교환 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에서 환자를 초청해 무료 수술해주는 나눔 의료 사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동산의료원 관계자는 "매년 외국인 환자가 꾸준히 늘어 지난해 외국인 환자 2천 명이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파티마병원은 지난해 1천200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했다. 파티마병원은 2010년 병원 내에 국제진료센터를 마련, 코디네이터 3명을 상주시키면서 의료관광 안내를 하고 있다. 2006년부터 캄보디아 등 취약 지역에 의료봉사를 나가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올해 1월 캄보디아에 메디컬 센터를 지어 현지에서 진료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조만간 캄보디아 메디컬 센터를 연결하는 원격 진료 시스템도 갖출 예정이다.
영남대병원이나 효성병원 등 대학 및 종합병원뿐 아니라 자연미인성형외과와 V성형외과 등 지역 개인 성형외과나 피부과병원들도 해외 현지사무소를 운영하는 등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대구는 전국적으로 수도권을 제외하고 부산과 함께 외국인환자 유치 실적이 우수한 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집계에 따르면 대구는 지난해 7천109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 서울과 경기, 부산 다음으로 많았다. 2009년 2천816명이었던 외국인환자는 2010년 4천493명, 2011년 5천494명으로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진료비도 증가 추세로 2011년 기준으로 51억원을 기록했으며 최근 3년간 환자 수 증가율(95.1%)에 비해 총 진료비 증가율(131.8%)이 더 높았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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