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라 사람의 뒷모습
신이 있다면
이 세상에서
저것이 신의 모습인가
나무 한 그루에도
저렇게 앞과 뒤 있다
반드시 햇빛 때문이 아니라
반드시 남쪽과 북쪽 때문이 아니라
그 앞모습으로 나무를 만나고
그 뒷모습으로 헤어져
나무 한 그루 그리워하노라면
말 한마디 못하는 나무일지라도
사랑한다는 말 들으면
바람에 잎새 더 흔들어대고
내년의 잎새
더욱 눈부시게 푸르러라
그리하여 이 세상의 여름 다하여
아무도 당해낼 수 없는 단풍
사람과 사람 사이
어떤 절교로도
아무도 끊어버릴 수 없는 단풍
거기 있어라
-시선집 『마치 잔칫날처럼』(창비, 2012)
사실 사물에 앞과 뒤가 있겠는가. 그것은 인간이 고안해낸 세상을 읽는 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에 앞과 뒤가 있을 뿐이다. 그렇게 보면 세상 모든 사물의 앞과 뒤를 구별할 수 있다. 심지어는 강가의 조약돌까지도 음과 양, 앞과 뒤를 쉽게 알 수 있다.
세상은 앞과 뒤를 구별만 해서는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다. 누군가 쓸쓸한 뒤를 보일 때 등을 다독여 주고, 누군가 등이 시릴 때면 품어주는 누군가의 앞이 있어야 세상은 살 만하다.
"사랑한다는 말"이 귀한 세상이다. 그렇다고 아주 없지는 않다. 이 말 한마디가 온천지를 '단풍' 물들이고, '내년의 잎새' 더 푸르게 한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물들인다고 한다. 앞이 뒤를 품을 때 쓰는 말이라 한다. 가히 신의 한 수다.
시인 artandong@hanmail.net
































댓글 많은 뉴스
오발 막겠다고 '빈 총' 들고 경계근무 논란 1군단장 직무배제
뜨는 명물 달성공원 새벽시장 '관광 명소화' 해법은?
대구·경북 경찰서 한곳 장기 근무 1600명…"향찰 방지는 필요, '순환' 능사 아냐"
오세훈·유승민 한남동서 2시간 독대…"탄핵 넘고 보수 통합해야"
[야고부-조두진] 꼭 기억해야 할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