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푹푹 빠지는 설원 위. 자일로 서로를 연결한 알피니스트들이 만년설 지대를 지난다. 저 멀리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의 정상이 구름 위까지 솟아 있다. 해발 4,000m에 육박하는 에귀 디 미디 전망대 아래 설산은 영하의 기온에 바람까지 강해 한여름 속의 겨울이다. 두툼한 점퍼까지 챙겨 입어야 할 정도의 날씨. 이곳에서 여름은 저만치 물러나 있다.
알프스 샤모니 여행은 시가지에서 여유로운 오후 한때를 즐기고 메르 드 글라스의 빙하를 감상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샤모니 여행의 진정한 맛은 몽블랑 산군의 만년설 덮인 봉우리들을 가까이에서 느껴보는 것이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브레방과 락 블랑을 잇는 산줄기를 걸으며 건너편으로 펼쳐진 거대한 몽블랑 산군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것도 좋겠다.
열대야에 시달리고 계속되는 폭염에 지칠 대로 지친 심신. 알프스의 시원한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위안이 되지 않을까. 샤모니 즐기기(본지 7월 31일 자 20면) 1-시가지, 2-메르 드 글라스에 이어 에귀 디 미디, 브레방 편을 계속해서 싣는다.
◆몽블랑을 한눈에 '에귀 디 미디'
샤모니까지 왔으니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을 보지 않을 수 없다.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 관광객이라도 요즘엔 얼마든지 몽블랑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다.
비록 몽블랑 정상에 오르지는 못하겠지만. 샤모니 시내에서 로프웨이가 연결되어 있어 해발 3,842m 에귀 디 미디(Aiguille du Midi) 전망대까지 바로 갈 수 있다. 로프웨이는 1차와 2차로 나뉘는데 샤모니에서 출발하면 단 8분 만에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2,317m 지점의 중간역에 다다른다. 이곳까지만 올라와도 멀리 몽블랑 산군의 정상 지대와 그곳에서부터 흘러내리는 장대한 보송 빙하를 볼 수 있다.
여기서 로프웨이를 갈아타고 알프스의 만년설을 눈 아래 두고 천길 절벽을 따라 올라 다시 10분 정도를 더 가면 에귀 디 미디 전망대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설산의 봉우리들과 장쾌하게 뻗어나간 빙하와 침봉들의 파노라마를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해보자. 에귀 디 미디 관광은 총 3, 4시간이 걸리는 긴 여행이다. 샤모니 지상에선 더운 날씨여도 산정에 오르면 거의 영하로 내려가므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점퍼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전망대는 해발 4,000m 가까운 고산지대이므로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좋다. 잘못하면 산악인들이 겪는다는 고산 증세로 고생할 수도 있다.
또 비바람이나 바람 등 악천후(지상의 날씨와 상관없이)에 따라 예고 없이 운행을 중지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샤모니 체류 일정을 넉넉히 잡는다면 더욱 안전하다.
◆바람 부는 언덕 '브레방'
'바람이 많이 부는 언덕'이라는 뜻이 있는 브레방(Brevent)은 몽블랑 맞은편에 위치한 샤모니의 서산으로서 2,525m 높이의 전망대에선 몽블랑 및 주변 산들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다.
로프웨이를 타고 브레방에 오르면 몽블랑 산군 북측 끄트머리, 스위스와 국경을 이루는 발므 고개부터 시작하여 투르, 샤르도네, 베르트, M 침봉들, 에귀 디 미디 등을 거쳐 몽블랑에 이르는 파노라마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여름에도 브레방 언덕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만년설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크다.
브레방 옆 '꽃의 언덕' 플레제르 전망대에도 올라봄 직하다. 샤모니 계곡 건너편에서 흘러내리는 메르 드 글라스의 웅장함을 지켜볼 수 있다. 이곳에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1시간 산길을 걸어올라 '하얀 호수' 락 블랑에 다녀올 수 있다.
빙하가 녹아 만들어놓은 에메랄드빛 알파인 호수의 아름다움은 글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보다 활동적인 스포츠를 즐기고자 하는 이들은 등산과 빙하 트레킹, 산악자전거와 패러글라이딩, 래프팅 등을 즐길 수 있다.
샤모니 몽블랑에서
도움말: 허긍열 씨 vall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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