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된 적조가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안에 6년 만에 최악의 적조 피해를 일으키며 100만여 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해 양식어민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라 피해액이 3억원 이상일 경우 어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포항의 경우 현재까지 40여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해당 양식어민들은 정부로부터 피해지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양식어민들은 피해보상을 놓고 정부의 피해액 산정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본다.
◇최만달 포항시 수산진흥과장 "현 치어 기준 보상 현장 손실과 큰 차"
-한동안 잠잠하던 적조가 경북 동해안에서는 6년 만에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데 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적조가 매년 남해안에서 발생했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동해안까지 조류를 타고 올라와서 피해를 입히기는 6년 만이다. 이유는 정확히 과학자들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추론해 보기로는 결국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이상기온이 주원인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현재 적조로 인한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안타깝게도 피해가 계속적으로 늘고 있는 실정이다. 12일 현재까지 집계를 보면 양어장 13곳에 넙치, 우럭, 참돔, 전복 등 97만여 마리가 폐사해 피해복구 금액으로 12억여원이고, 시가로 봐서는 39억여원 정도 된다. 하지만 적조가 소멸되지 않는 한 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적조로 인한 어민들 피해가 수십억원이 넘고 있는데 피해보상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포항시가 피해조사 결과를 경북도에 보고하면 경북도가 피해 결과를 취합해서 해양수산부에 보고하고, 해양수산부에서 농어업재해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어업재해로 확정되면 예산을 편성해 재해복구비가 내려오게 되는 구조다. 복구비는 양식장 개소당 최대 5천만원이 지원되며 융자 30%, 자부담 20% 조건이다.
-어민들은 정부의 피해보상금액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 피해산정방법이 어떻게 되길래 불만이 제기되나?
▶피해지원금액은 시가를 지원해 주는 것이 아니라 복구지침에 따르는데 예를 들어 넙치 작은 고기는 마리당 521원, 큰 고기는 마리당 2천900원, 우럭 작은 고기는 402원, 큰 고기는 1천880원, 참돔 작은 고기는 410원, 큰 고기는 마리당 3천40원으로 어업인들이 바라는 시가와는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시가와 대략 3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보면 된다. 정부복구 지침이 성어가 아닌 치어 입식 기준에 따르기 때문에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어민들 불만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피해보상을 조금이나마 많이 받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가?
▶의외로 간단하다. 정부차원에서 관련 피해복구 지침을 치어 입식 기준이 아닌 시가를 반영할 수 있도록 개정하면 가능하다. 그러나 예산 확보 등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적조가 발생할 경우 폐사시키기 전 방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하는데 왜 어민들은 방류를 꺼린다고 보는가?
▶우리가 파악해본 결과 포항지역에 방류를 희망하는 양식어가가 3곳 정도 됐다. 그래서 어업기술센터에 질병검사를 의뢰해놓고 있는데 방류를 꺼리는 이유도 정확한 피해 산정이 어려운데다 결국 지원금액이 적기 때문이다.
현재 지원 기준은 어민들이 사육한 비용이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치어를 위주로 하고 있는데다 피해보상 지원금도 최대 5천만원이고 자부담 20%를 지방비로 지원해 주는 데 불과해 어민들이 원하는 것과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적조 발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식어민들을 위해 포항시에서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나?
▶피해대책으로는 황토 살포와 수조차로 청정 지하 해수 공급 등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적조를 물리칠 수 있는 태풍이 오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또 마을어장에서도 전복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마을어장은 피해복구지침에는 없지만 국립수산과학원과 합동조사를 실시해 경북도에 지원을 건의할 예정이다.
◇ 가두리 양식장 운영 이상희 씨 "양식업 보험 가능 어종 대폭 늘려야"
-냉수대에 적조까지 올해는 특히 힘든 여름을 맞았다.
▶양식업을 시작한 후 이렇게 힘들었던 해가 없었던 것 같다. 사실 냉수대까지는 그동안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매년 되풀이되는 현상이다 보니 어느 정도 대비도 했었고, 해상 가두리 양식에 비해 바다에서 물을 끌어와 쓰는 육상 가두리 양식은 냉수대의 영향을 적게 보는 편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매일 물의 온도를 조사하고 어류의 상태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냉수대가 사라지고 '이제 한숨 돌리려나' 했더니 덜컥 적조라는 더 큰 파도가 덮친 셈이다.
현재는 7명의 직원이 휴가나 주말은커녕 밤낮도 잊은 채 비상근무를 하느라 정말 눈코 뜰 새가 없다. 바닷물을 받지 못하고 하루 이틀 지나가니 고여 있던 양식장 물이 썩고 있다. 수조차 등을 동원해 다른 지역의 물을 받고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라 답답하다.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나.
▶3천 마리 정도 폐사해 어림잡아 3천만원 이상의 손해가 났다. 이 지역에서는 정말 하늘이 도운 양이다. 다른 양식장에서는 적게는 몇만 마리에서 많게는 10여만 마리까지 집단폐사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특히 육상 가두리 양식장보다 냉수대와 적조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는 해상 가두리 양식장의 고충이 더 크다.
아예 그쪽은 지금 초상집 분위기라 말도 걸기 힘들다. 지금도 바다를 쳐다보면 바로 눈앞에 빨간색 띠(적조)가 둘러쳐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매일 아침 이런 바다를 바라보며 어민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빨리 적조가 물러가야 한시름 놓겠지만 이게 또 쉽지 않다. 지금까지는 냉수대의 영향이 조금 남아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점점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오늘(12일) 아침만 해도 직접 온도를 재보니 연안 해수면 온도가 23℃ 정도 되더라. 언제 적조가 급속도로 확대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양식어민들을 위한 정부의 보상책에 불만은 없나?
▶천재지변이니 누구를 원망할 수 있겠나. 효과야 어떻든 매일 방제작업에 나서주는 경북도와 포항시에 고마울 따름이다. 다만 모든 사태가 지나간 후 어민들의 시름을 어떻게 달래줄 수 있을지 걱정이다.
현재 정부의 보상가는 치어가 500원, 성어가 2천500원까지 받을 수 있다. 원래 보상가라는 것이 사고 후 이를 복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정부의 보상가로는 복구가 아예 불가능하다. 그냥 보상금이 아니라 위로금이라 부르는 편이 더 옳겠다.
-앞으로 어떤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는가?
▶올해처럼 바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양식장에서는 항상 재해보험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동해안 지역은 서해나 남해와 달리 광어, 전복 등 극히 일부 품목 외에는 아예 보험을 받아주지 않는다.
파도가 심하고 해양환경이 타지역에 비해 양식업 하기에 그리 녹록지 않은 탓이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냉수대와 적조도 문제다. 매번 사태가 지나간 후 눈물을 흘릴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양식업 보험 가능 어종을 대폭 늘려줘야 한다.
또 영세업자들에게는 보험 가입을 위한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적조 같은 큰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최소한 영세업자들만이라도 산소공급기나 정제시설 등 시설을 현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면 천재지변이라도 그나마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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