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10대 재벌 총수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적극적이고 선도적 투자'를 당부하면서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제민주화를 살살 할 테니 투자를 많이 해달라는 얘기다. 경제민주화가 투자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재계의 선전에 대통령까지 설득당한 것이다. 이제 재계가 집요하게 펼쳐온 경제민주화 때리기가 조만간 결실을 볼 것 같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박 대통령의 경제철학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기업은 남들이 투자하라고 해서 투자를 하고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지는 않는다. 이익이 난다고 판단되면 뜯어말려도 투자를 한다. 그것이 기업의 본능이다. 지금 10대 재벌은 183조 원이 되는 사내 유보금을 쌓아놓고 있다. 왜 그럴까. 국내외 경제 환경이 불투명해 투자할 여건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렇다면 경제민주화를 없었던 일로 하면 재벌이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결국 경제민주화가 투자의 걸림돌이란 재계의 주장은 대규모 재정 투입에도 이렇다 할 활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이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기업의 투자 확대가 절실히 필요한 우리 경제의 어려운 현실을 이용해 기득권을 지켜내려는 대국민 협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입법이 진행 중인 경제민주화 과제는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과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등의 악폐를 쓸어내 우리 경제가 질적인 도약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위한 장치다. 그 질적 도약이란 기업은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한 현재 상황을 타파하는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이를 위한 징검다리를 놓는다는 사명감을 확고히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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