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어물쩍 압수수색, 정신 못차린 국정원

현직 국회의원인 이석기 의원 등이 포함된 지하 혁명조직 RO가 내란을 음모했다는 충격적인 사안을 압수수색하는 국가정보원의 태도는 아직 정신 차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결국 무죄로 판명된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이후 33년만에 나라를 뒤흔들거나 전복할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는 내란음모 혐의 적용은 웬만한 증빙자료를 확보하지 않으면 결코 쉽사리 꺼낼 들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원지방법원이 형법상 내란음모혐의와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죄)를 적용하여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면 그 집행과정에서 거센 반발을 충분히 예상해야했고, 중요한 서류를 파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처를 당연히 준비하고 나섰어야했다. 치밀하지 않았고, 엄정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여긴 안 됩니다. 들어오지 마세요"라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실 보좌관과 관계자들의 사력을 다한 몸방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몸에 손대지 마세요"라는 여성 관계자의 앙칼진 목소리에 멈칫거렸다가 결국은 국정원의 압수수색인원과 이석기 의원실 관계자 숫자를 맞추는 숫자놀음까지 해대며 축소수색을 했다.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석기 의원의 보좌관들은 당연히 이석기 의원이 하는 모든 일과 일거수일투족 연결되어 있기 마련인데, 이석기 의원 사무실 전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지 못하고, 합의 끝에 이 의원 보좌관 등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국정원의 치욕이다. 국가권력이 법을 집행하는데 일개 국회의원 보좌관의 논리에 대응하지 못해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못할 정도록 나약하고 얼이 빠져있다. 국정원 요원 30여 명이 이석기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에 도착하고도 제지에 막혀 90분 동안 옴짝달싹 못할 때 각종 문건은 파쇄기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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