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터키 아가씨들 스스로 도우미 역할 "한국, 사랑해요"

"내일 개막 준비 끝" 이스탄불 현지 표정

"형제의 나라인 한국이 이곳에서 엑스포를 개최합니다. 바로 이곳 아야소피아 광장에서 개막식이 열립니다. 이곳은 비잔틴 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며 바로 옆에는 비잔틴 제국의 지하저수조인 '예레바탄 사라이(지하궁전)'가 위치해 있습니다. 블루모스크 옆으로 1, 2분 걸어가면 로마시대 대경기장 유적인 '술탄아흐멧 광장이 나옵니다."

29일 오후 2시(한국시각 29일 오후 8시) 터키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 박물관 앞 광장. 30여 명으로 구성된 터키 아가씨들이 31일 개막되는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3'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들은 엑스포에 관심을 가지는 세계인들에게는 각국의 언어로 엑스포를 소개하고, 길을 묻는 한국인들에게는 터키의 볼만한 곳을 안내해주는 등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스탄불과 앙카라 이즈미르 등 터키 현지 아가씨들로 구성된 이들은 돈을 받고 엑스포를 안내하는 도우미가 아니다. 한국을 사랑하는 젊은 터키 아가씨들이 인터넷 등에서 만나 자발적으로 도우미역을 맡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달 초부터 엑스포 주행사장을 돌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무보수로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한국어와 터키어로 된 유인물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나눠주는 등 한국과 터키의 문화전도사역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또 스스로 영주담당'경주담당'문경담당 등 각 지역의 파트를 나눠 안내를 맡아 눈길을 끌고 있다.

메리에 마사(18) 양은 "한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인터넷과 책을 통해 안동과 영주의 선비마을, 부산과 경주의 관광지를 알고 국내외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가 보람이 있었다"면서 "이스탄불을 안내할 때도 발음이 좋지 않아 한국사람들이 잘 못 알아들을 때 속상하지만, 많은 한국사람들이 이해하고 고맙다고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야소피아 광장에서 한창 유인물을 나눠주던 하바(21) 씨는 "탐심에 있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워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됐다"면서 "동방신기를 좋아하고 K팝 등 한국문화가 좋다. 특히 한국어는 배울수록 오묘하고 깊이가 있어 공부를 더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유일하게 한국에 다녀온 부세할 실라만(21) 씨는 올 4월 한국관광공사의 초청으로 3주 과정의 한국생활을 했다.

실라만 씨는 "한국과 터키는 형제다. 이번 엑스포를 계기로 두 나라가 더욱 가까워지고 양측의 문화를 더 이해하는 엑스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튜바(19)' 양은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는데, 한국과 터키의 문화가 많이 닮았다는 것을 알고 흥미를 느껴 공부를 많이 했다"며 "앞으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게 소원"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대다수가 한국에 가본 적이 없지만 개막 하루를 앞둔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이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벌써부터 뜨거워지고 있다.

이스탄불에는 또 개막 공연을 펼치는 공연단이 속속 도착해 맹훈련에 돌입하는 등 엑스포 개막이 카운트다운을 남겨놓고 있다.

터키에 선덕여왕의 위엄과 감동의 러브스토리를 전할 뮤지컬 '신국의 땅, 신라' 공연단(정동극장) 30여 명은 이달 23일 일찌감치 터키에 입국해 리허설에 돌입했다.

한국 최고의 넌버벌 퍼포먼스로 유럽 공략에 나선 '플라잉'(FLYing) 팀은 26일 이스탄불에 여장을 풀고 29일 무대 세팅을 완료했다. 30, 31일 몸을 풀고 다음 달 1일부터 관객을 만난다. 신라 화랑의 기예와 한국 전통무술의 역동적인 힘을 세계에 과시할 '태권도 시범단 공연'에 참가하는 계명대학교 화랑태권도 시범단 15명도 개막을 앞두고 맹훈련 중이다.

개막축하공연을 맡은 한-터키 합동공연단 60명은 아야소피아 박물관 앞 특설무대에서 29일부터 리허설에 들어갔다. 한국과 터키의 우정을 담아내며 개막식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이 공연단의 연습 장면은 아야소피아를 방문한 세계 관광객들에게 벌써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3'은 31일 오후 9시 30분~11시(한국시각 1일 오전 3시 30분~5시) 세계문화유산인 아야소피아 앞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다음 달 22일까지 23일간 이스탄불 시내 전역에서 펼쳐진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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