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준중형의 대표주자인 아반떼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출시된 '더 뉴 아반떼'의 가장 큰 특징은 디젤 모델이 추가된 점이다. 현대자동차가 아반떼 디젤을 출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1년과 2006년 각각 디젤 모델을 내놓았지만 소음 등에서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해 퇴출됐다. 현대자동차가 다시 디젤 모델을 출시한 이유는 디젤 수입차의 공세에 맞불을 놓기 위해서다. 수입차들이 디젤 모델을 앞세워 국내 준중형시장을 잠식해 나가자 이에 대응할 카드로 아반떼 디젤을 선보인 것.
현대자동차는 "더 뉴 아반떼 디젤은 소음과 성능 면에서 수입 디젤차에 뒤지지 않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자신감 때문에 현대자동차는 언론 시승회에 가솔린 모델 대신 디젤 모델을 들고 나왔다. 디젤 수입차의 대항마로 출시된 아반떼 디젤을 시승했다.
◆가속력 탁월, 소음은 가솔린 모델과 큰 차이 없어
소음은 디젤차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소음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디젤 모델을 꺼리기 때문이다. 디젤차의 경우 태생적으로 가솔린차에 비해 소음과 진동이 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승도 소음에 주안점을 두고 이루어졌다.
결론적으로 더 뉴 아반떼 디젤의 소음 수준은 기대 이상이었다. 주행 시는 물론 공회전 상태에서도 소음은 거슬리지 않았다. 특히 정차 시에는 에어컨과 라디오 소리에 소음이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급가속을 할 때 발생하는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을 제외하면 가솔린차에 비해 소음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엔진 블록에 흡음커버를 적용하고 차체 주요 부위 두께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었다.
주행력도 만족스러웠다. 순간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토크(최대 토크 28.5㎏'m)가 좋아 치고 나가는 맛이 좋았다. 가속페달을 밟자 시속 140㎞까지 속도계가 부드럽게 반응했다. 그 이상으로 속도를 높여도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 없었다. 핸들링도 예상보다 묵직해 안정감이 느껴졌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새로 적용된 ISG(Idle Stop & Go)시스템도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ISG시스템은 정차 시 엔진을 자동으로 정지시키고 출발 시 엔진을 재시동시켜 불필요한 공회전을 줄여주는 장치다. 하지만 시동이 자동으로 꺼졌다 켜지는 시스템은 운전자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재시동 시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뉴 아반떼 디젤의 ISG시스템은 상당히 부드럽게 작동했다.
아쉬운 점은 차체 균형이다. 디젤 엔진을 탑재하면서 차체 무게가 가솔린 모델에 비해 90㎏ 늘어났다. 특히 차체 앞쪽 중량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뒤쪽이 가벼워졌다. 이에 따라 코너를 돌 때 꽁무니가 철렁거리는 '피쉬 테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현대자동차는 후륜서스펜션을 강화해 이를 보완했다고 설명했지만 코너를 돌 때 뒤가 가볍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테스트를 위해 차를 거칠게 몰았던 점을 감안하면 피쉬 테일에 대한 걱정은 접어 두어도 무방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다양한 편의사양 추가
기존 모델과 비교해 볼 때 외부 디자인은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앞부분에는 안개등 모양을 살짝 바꿔 보다 강렬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측면에는 벨트라인(윈도우 부분)을 따라 크롬몰딩을 적용했으며 뒷부분에는 새롭게 디자인된 투톤 리어범퍼가 채택됐다. 실내 디자인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센터페시아 아래쪽에 위치했던 에어벤트(공기구) 위치를 위로 옮겨 실용성을 높인 점이다.
최소한의 변화만을 감행한 디자인에 비해 어드밴스드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을 비롯해 스티어링휠 조향 특성을 3가지 모드(컴포트, 스포츠, 노멀)로 바꿀 수 있는 플렉스 스티어, 글로브 박스에 있는 음료수 등을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는 쿨링 기능, 타이어 정렬 알림 장치, 뒷좌석에 에어컨이나 히트 바람을 공급하는 뒷좌석 전용 에어벤트 등의 편의사양은 대거 추가됐다. 특히 어드밴스드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은 평행주차뿐 아니라 직각주차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시스템 구동 버튼을 누른 뒤 음성안내에 따라 브레이크와 기어를 조작하면 알아서 빈 공간을 찾아 주차를 해준다. 수동 주차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흠이지만 주차에 익숙지 않은 운전자에게는 편리한 장치다.
아쉬운 점은 모델별로 이용할 수 있는 편의사양이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디젤 모델의 경우 어드밴스드 주차 조향 보조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다. 어드밴스드 주차 조향 보조시스템은 가솔린 모델의 최고급(프리미엄) 트림을 구입할 경우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양이기 때문이다. 판매 가격은 1천395만~2천90만원이다.
현대자동차는 더 뉴 아반떼 디젤의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폭스바겐 골프(1.6 TDI)를 지목했다. 더 뉴 아반떼 디젤은 골프보다 1천만원 정도 가격이 싼 것이 최대 장점이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차량 구입은 가격으로만 결정되는 문제가 아니어서 더 뉴 아반떼 디젤이 골프에 맞서 어떤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