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폐소생술로 동료 살린 경비원…우방 송현하이츠 최재영 씨

급박한 상황서 침착하게 심장 압박…이송 중 환자 의식 돌아와 회복 중

심폐소생술로 동료를 구한 경비원 최재영 씨가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심폐소생술로 동료를 구한 경비원 최재영 씨가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람의 생명을 살린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심폐소생술을 정말 잘 배워두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대구에서 공동주택 경비원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동료를 심폐소생술로 구해 화제다. 주인공은 우방 송현하이츠 경비원인 최재영(59) 씨다. 대구지역 경비원 중에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구하기는 최 씨가 처음이다. 아파트 입주민들도 경비원 아저씨가 대단한 일을 했다며 칭찬이 자자하다.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는 최 씨는 최근 일을 마치고 아침에 퇴근 준비 중에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서 금방 출근해 청소작업을 하던 동료 경비원(64)이 갑자기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 환자는 심장이 정지되고 얼굴에 식은땀을 흘리는 채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주위에는 동료직원 수 명이 있었지만 당황해 모두 어찌할 줄 몰랐다. 어떤 직원은 손을 따보자는 다급한 이야기도 했다. 그때 최 씨가 용기를 냈다. 예전에 심폐소생술을 배워두었기 때문이다.

"실제 상황에서 환자를 만나니 겁이 났습니다. 제 몸도 부들부들 떨렸어요. 하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그는 우선 동료직원에게 119구급대에 연락을 취하게 하고 즉시 심폐소생술에 들어갔다. 환자를 똑바로 눕혀놓고 자신의 손을 포개 환자의 심장 위 가슴 중앙에 1초에 2회가량 압박을 정확히 실시했다. 심정지 후 4분은 생사를 가르는 시간으로 신이 인간에게 준 마지막 생명줄이다. 그는 더운 날씨에 힘도 들었지만 심폐소생술을 4, 5분가량 계속 했다. 그런 뒤 송현119안전센터에서 구급대가 도착해 환자를 싣고 병원으로 이송했다. 구급대 관계자는 "환자는 이송 중에 의식이 차츰 돌아왔고 최 씨가 심폐소생술을 즉시 실시했기에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내가 그렇게 강심장인 줄 저도 몰랐어요. 생각해보면 환자가 잘못될 수도 있었는데 말이죠."

환자는 지금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환자는 의식을 완전 회복해 동료들을 알아보고 말은 조금 어눌한 상태다. 환자는 당분간 재활치료를 받고 퇴원할 예정이다. 최 씨는 지난 7월 대구달서소방서가 공동주택 근무 관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다. 달서소방서는 최 씨를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구한 사람에게 주는 하트세이브를 수여할 방침이다.

가톨릭 신자인 최 씨는 직장생활을 마치고 이 아파트에서 6년 넘게 경비직을 수행하고 있다. 아파트 모니터실에서 CC TV를 감시하고 순찰을 도는 게 주 업무다. 최 씨는 평소 책임감이 강하고 업무도 철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헌숙 관리소장은 "우리 아파트에서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구한 일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입주민 생명을 지켜주기 위해 자동제세동기(전기충격)를 도입하고 입주민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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