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강조하는 보시(布施)의 어원은 범어로 다나(dana)인데, 물질 또는 정신적 측면에서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베풀어주는 것을 말한다. 불교에서 보시라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하게 인식되는지 육바라밀(六波羅蜜)의 맨 처음에 '보시바라밀'이 등장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속한 대승불교권에서는 출가 수행자와 재가 불자를 막론하고 '부처 되기'를 작정하고 수행하는 사람을 보살(菩薩)이라고 하는데, 이 보살이 닦아야 할 여섯 가지의 덕목이 바로 육바라밀이다.
육바라밀에는 보시 외에도, 올바른 생활을 의미하는 지계(持戒), 외부의 부정적 자극과 내부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스스로 극복하는 인욕(忍辱),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정진(精進), 요동치거나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집중하는 선정(禪定), 모든 사물이나 이치를 밝게 꿰뚫어보는 깊은 슬기로서 진리와 진리 아님, 옳고 그름, 이익 되고 이익 되지 않음 등을 분별하는 지혜(智慧)가 있다. 이 여섯 가지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이 가운데 하나라도 부족하면 나머지 다섯 가지도 온전히 성취할 수 없다.
보시가 강조되는 이유는 수행하는 데 있어서 토양이 되기 때문인데, 식물의 씨앗이 싹을 틔우는 데 비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리심(菩提心'부처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씨앗이라고 할 경우, 보시는 기름진 토양이다. 다른 조건인 햇빛과 바람, 수분, 곤충 등이 충분하더라도 기름진 토양이 없다면 발아하고 자랄 수 없는 것과 같다.
보시는 불교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의 공통된 덕목이다. 인도 바라문교 고대 문헌인 우파니샤드에서는 바라문이 아트만을 알기 위해 실천해야 할 덕목으로 꼽으면서, 보시를 함으로써 신들의 은총을 받아 천상에 태어난다고 가르친다. 자이나교에서는 업을 소멸하기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할 수행의 하나로 꼽고 있다.
흔히 보시라고 하면 금전의 기부만을 생각하지만 그것은 보시의 의미 셋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첫째, 재보시는 금전을 포함하여 물질을 나누는 것이다. 둘째, 법보시는 법(진리)을 알려주는 것인데, 상대방에게 세상의 이치를 올바르게 알게 함으로써 참된 삶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준다. 셋째, 무외시는 위험한 상황에 빠져 두려워하는 사람을 안심시켜 주는 것이 원래의 뜻이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공감하는 것, 즐거움과 괴로움을 함께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된다.
'잡보장경'에 무재칠시(無財七施)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재물 없이 보시하기, 또는 돈 들지 않고 하는 보시라는 의미이다. '보시하라'고 하면 돈을 달라고 하나 보다 싶어 지레 경계하는 사람들에게 요긴한 법문이니 유심히 살펴보기 바란다.
첫째 '눈의 보시'는 흘겨보지 말고 사랑이 담뿍 담긴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라는 거다. 가깝지 않은 이성에게 '눈의 보시'를 잘못하면 오해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둘째는 '얼굴의 보시'이다. 찌푸리지 말고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라는 것이다. 관공서나 가게에서 흔히 보는 무표정한 얼굴의 주인공들은 각성할 것. 셋째는 '말씨의 보시'이다. 천박한 말, 짜증 섞인 말을 하지 말고 부드러운 말을 쓰라는 거다.
넷째는 '몸의 보시'이다. 몸소 일을 하여 상대방을 도와주라는 뜻이다. 어른이나 고객 또는 민원인을 만날 때 정중한 몸짓을 하는 것도 이 범주에 들겠다. 다섯째는 '마음의 보시'이다. 착하고 따스한 마음으로 정성을 보이라는 거다.
여섯째 '자리의 보시'는 사람들에게 앉을 자리를 권하라는 말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배려하라는 뜻인데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노인 임산부 장애인 등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도 해당되겠다. 일곱째는 '집의 보시'이다. 부모나 수행자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라는 말이다. 보시를 하라면 일단 경계부터 하는 오늘날 '돈 들지 않는 보시'는 매력적이다.
한북/송현동 보성선원 주지 hanbook108@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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