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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백일장] 수필-고3 엄마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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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분남(경산시 진량읍)

워킹맘이고, 고3 수험생 엄마이다. 해야 할 일은 하나도 하지 못한 느낌인데 계절의 어김없는 리듬에 마음이 조급하다. 성적이 좋은 아이는 좋은 아이대로, 평범한 아이들은 그들대로 모두 하루하루를 세가며 엄청난 학업 스트레스와 중압감으로 힘든 고비를 지나는 요즘이다.

고3 딸아이는 수시 원서 접수를 앞두고 매일같이 담임선생님과 개별 진학상담을 하는 모양이다. 학교에서 돌아와 현관문을 들어서는 아이의 표정이 굳어 있다.

아니나 다를까 무거운 책가방을 털썩 내려놓자마자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서럽게 울기만 하는 아이를 보며 '대학이 뭔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여태까지의 내신 성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자신의 예상과 기대에 조금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후회하는 아이를 "대학이 다가 아니다"라는 말로 다독였지만 무엇이든지 '때'가 있는 법인데, 성적이 떨어지면서 흥미를 잃고 게을러지는 아이를 제때 잡아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나 역시 속이 상한다.

고3 스트레스로 온갖 짜증을 다 부려대는 아이가 밉기도 하여 참다못해 버럭 소리를 질러 학교를 보낸 날은 온종일 찜찜한 마음이었다.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하는 아이를 통학버스가 멈춰서는 곳에서 한참을 기다려 재잘재잘 거리며 차에서 내리는 여학생들 틈에서 낯익은 모습의 딸을 발견하고 반가워 나도 모르게 손을 번쩍 들어올려 흔든다. 환하게 웃는 아이 모습에 안심이다.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져 있는 집 근처 막창집의 마지막 손님으로 들어서는 교복 입은 여학생과 엄마를 주인 아주머니는 몹시 의아해하며 반긴다. 막창을 한 접시 시켜 놓고, 아이와 사이다 한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노릇하게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서로 접시 위에 얹어준다.

"힘내"라는 말 대신 "어서 먹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일탈의 기쁨에 드디어 이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잘 통하는 엄마와 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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