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편지] 다이어트, 운동, 지방흡입술

지나친 외모 지상주의와 다이어트산업, 그리고 성형수술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의료 상업주의 탓에 날씬한 몸매에 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선사시대 유물인 빌렌돌프의 비너스상은 풍만한 몸매로 아기를 많이 낳을 수 있는 건강한 몸을 최고로 여기는 고대 미인상을 잘 반영한다. '복스럽게 생겼다', '부잣집 맏며느리 감', '현모양처' 등의 근대적 미인상은 체격 좋은 여성 이미지다. 최근 서구적인 마른 몸매의 팔등신으로 기준이 바뀌고, '못난 얼굴은 용서할 수 있어도 뚱뚱한 몸매는 용서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날씬한 여자를 미인으로 여긴다.

날씬한 몸매는 찬탄의 범주를 넘어 숭배의 대상으로까지 전락했다. 날씬한 몸에 대한 미디어의 찬사도 도를 넘었다. 날씬한 몸매를 위해 이를 악물고 다이어트하고, 지나친 운동으로 건강을 잃기도 한다. 다이어트산업 매출이 수 조원대에 이르고, 여성의 90%가 다이어트를 해 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마지막 수단으로 '지방흡입술'이라는 몸매 성형도 한다. 몸매 성형수술에 사용하는 마취약인 프로포폴에 중독되거나 지방 흡입술 후 생길 수 있는 지방 색전증이나 탈수, 출혈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성형외과 분야에서 지방 흡입술은 가장 위험한 수술 중 하나다. 목숨을 내걸고 자기 몸매와 싸우고 있는 꼴이다.

몸매 성형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사람들이 주로 한다. 의료보험 제도와 시대 변천으로 환자가 준 산부인과, 외과, 마취과,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무분별하게 몸매 성형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비전문의들의 지나친 덤핑으로 지방흡입술은 성형외과가 경쟁에 나서기 어려운 수술 중에 하나다. 몸매 성형을 하는 비전문의 수가 3천 명을 넘는다고 한다.

국내 연예인뿐만 아니라 교수, 공무원, 인텔리 여성 등 모든 지식인들이 성형외과 전문의를 잘 구별 못한다. 병원 간판을 눈여겨보면 전문의들은 '무슨 성형외과'하고 간판을 내건다. 전문의가 아닌 경우에는 '무슨 의원'이라고 간판을 내걸고 그 밑에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작게 진료과목이라고 써 놓고 나서 성형외과라고 큼직하게 써 놓는다.

한국은 의사 면허증만 있으면 무슨 의료행위든지 할 수 있는 나라다. 꼭 전문의가 잘 한다는 것이 아니라 가장 위험한 수술 중의 하나인 지방 흡입술은 전문의에게 시술받는 것이 좋다.

또 뚱뚱한 몸매는 성형수술로 모두 해결할 수가 없다. 지방흡입술은 신체의 일부분에 많이 축적된 지방조직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부분적인 지방 축적을 교정하는 효과가 뛰어나지만, 체중감량의 효과는 별로 없다. 수혈하지 않고 한 번에 흡입할 수 있는 양이 2kg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신비만에 대한 치료는 식이요법 및 꾸준한 운동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 지나치게 마른 몸매는 건강에도 좋지 않다.

박대환

대구가톨릭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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