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남부권 신공항 서둘러야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영남권 신공항 건설에 대해 9월에 항공 수요 조사에 착수하고, 2014년 9월에 입지 타당성 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공약 이행에 대한 진정성을 엿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20세기 후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상품과 인적자본(사람)의 교류와 이동이 급증할 것을 예상하고, 이에 가장 요긴한 복수의 대륙 간 정기 항공 노선 서비스를 위해 허브(hub)나 관문(gateway)국제공항 건설에 적극적이었던 현실을 고려하면, 정부의 대응 태도는 여전히 안일한 편이다.

오늘날 세계경제는 국경을 초월한 상호의존적인 통합경제체제 속에 작동하고 있어 인구와 산업이 집중된 대도시나 그 경제권 간에 인적'물적 교류가 전례 없이 증대하였다. 그런 까닭에 세계경제공간의 중심도시로서 구실을 하는 세계도시(global city)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영국의 한 연구팀(GaWC, 2012)은 현재 세계경제는 알파급 47개, 베타급 64개, 감마급 67개 등 178개 세계도시가 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자가 이들 도시가 많은 선진 4개국의 사례에서 발견한 중요한 사실은 허브국제공항 개발에 힘쓴 나라에서 세계도시의 발달이 현저히 많았다는 점이다.

미국은 세계수도 격인 알파급 최상위 도시인 뉴욕을 비롯해 무려 34개의 세계도시(알파 10개, 베타 9개, 감마 15개)가 분포해 세계경제에 대한 영향력과 경쟁력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뉴욕, 시카고, LA 등 22개 도시는 수많은 대륙 간 정기 항공 노선을 취항하는 대형 허브공항을, 나머지 12개 도시도 대형 허브공항과 긴밀한 연계 노선을 가진 중형 허브공항을 확보하고 있었다.

영국은 또 하나의 세계수도 런던, 맨체스터 등 9개 세계도시가 발달해 있다. 그중 5개 도시는 관문국제공항을, 4개 도시는 유럽 중심 지역국제공항을 갖고 있었다. 독일은 프랑크푸르트, 뮌헨 등 7개 세계도시 모두 관문국제공항을 갖고 있었고, 호주도 시드니, 멜버른 등 5개 세계도시 모두 관문국제공항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보다 인구와 경제규모가 큰 일본은 도쿄, 오사카, 나고야가 세계도시이고, 공교롭게 이들 도시경제권에만 허브국제공항이 개발돼 있었다. 우리는 서울 하나만 알파급 세계도시로 올라가 있는데, 그동안 개발한 김포 혹은 인천 허브국제공항으로 인해 한국경제의 세계적 기능이 서울로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1세기 시작과 함께 선진국 경제는 지식기반경제에서 창의성에 기반을 둔 창조적 상품 생산을 꾀하는 창조경제로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 창조경제와 도시 연구에 선도적인 플로리다 교수는 미국은 과학자, 디자이너, 지식전문가 등 창조 계층이 4천만 명이 넘고 그들이 창출한 소득이 전체의 3분의 2인 2조 달러 이상에 달해 창조경제로 이행하였다고 하였다. 또한, 미국의 창조경제는 창조 계층이 집중돼 창조산업이 발달한 창조도시들에 의해 성장이 주도되고 있다며,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등 20개의 창조도시도 발표하였다.

여기서도 필자는 창조도시와 국제공항과의 관련성을 주목하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17개 창조도시는 대형 허브공항이 있는 도시이거나 그 인근에 있으며, 3개 도시도 중'소형 허브공항을 끼고 있었다. 창조도시가 허브공항을 기반으로 발달한 것은 다양한 창조 계층들은 직업상 자주 해외여행 생활을 하는 신유목민이어서 국제항공교통이 편리한 곳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요 선진국의 최근 경험들을 교훈 삼아 한국 경제도 세계적 경쟁력을 제고하고 창조경제화하여 한 단계 재도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이제라도 영남권, 호남권, 충청권 일부를 포괄하는 남부경제권(전국 인구와 GRDP의 약 40% 점유)이 세계화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그 선결 과제이자 결정적 공공 인프라인 남부권 허브공항을 하루빨리 건설해야 한다. 이 신공항이 지역 중심도시들이 세계도시로 발전하는 것을 촉진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지역 도시들의 창조도시화에 필수적 요건이 됨으로써 박근혜 정부가 국정목표로 제시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서도 더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재하/경북대 교수·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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