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농 교류 넓히는 농산물 꾸러미] '꾸러미' 꾸리는 사람들

아침에 수확해 점심때 포장, 바빠도 농사의 보람

우리나라 대표적인 꾸러미 사업단인 '언니네 텃밭' 상주 '봉강 공동체'(상주시 외서면 봉강2리)는 4년 전 꾸러미 사업을 시작한 후 마을 분위기가 확 변했다.

매주 화요일마다 마을은 활기가 넘친다. 마을 중간에 있는 작업장에서 오후 1시부터 전국의 손님들에게 보낼 꾸러미 포장 작업을 한다. 조별로 꾸러미를 포장할 채소를 손질하면서 여기저기서 '까르르…' 하는 웃음소리가 넘친다.

봉강 공동체 생산자 회원은 15명이다. 모두 '봉강 친환경 채소작목반' 회원이다. 황재순 회장은 "평소 각자의 일터에서 일하고 꾸러미를 보내는 화요일이 되면 모여서 공동작업을 한다"고 밝힌다. 이번 주 보내는 꾸러미는 두부, 유정란, 콩나물 등 매주 빠뜨리지 않는 단골 반찬용과 오이, 쪽파, 감자, 삶은 무 시래기 등 모두 12가지다. 맛있는 상주 배 2개와 마을 뒤 천단산에서 딴 알밤 반 되도 챙겨 넣는다.

먹거리를 다 챙긴 후 마지막으로 봉강 공동체 마을 소식을 전하는 편지를 동봉한다.

"감나무잎이 떨어진 골목길을 누가 깨끗하게 쓸어 놓았네요. 이제는 하나 둘 결실을 수확합니다. 고추, 참깨 등은 다 끝났고, 땅콩도 캤고, 수수 이삭도 베어서 말리는 중입니다. 이번에 보내는 쪽파는 7월에 심은 것이라 아직 연합니다. 김치로 담그기에는 아직 어리고요, 부침이나 무쳐 먹기에는 맛있습니다. 부추는 올해 마지막 부추가 될 듯합니다. 부추 꽃대가 올라오네요. 요즘은 열무김치가 맛있는 것 같습니다. 국물을 자작하게 담아서 보냅니다."

도시 소비자들은 봉강 공동체 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정감 넘치는 시골풍경이 담긴 내용의 편지를 정말 좋아한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

도시 소비자들의 격려에 생산자 회원들은 꾸러미 사업에 더욱 열정적이다. 2009년 출범 당시부터 참여한 이난식(60) 회원은 "전국여성농민회가 '언니네 텃밭' 사업을 시작할 때 우리도 강원도 횡성까지 벤치마킹을 다녀오는 등 회원들이 야심 차게 시작해 이제는 전국에서도 모범적인 공동체로 인정받고 있다"고 밝힌다.

김옥순(46) 회원도 "처음엔 무엇인지 잘 모르고 시작했지만, 이제는 친환경 채소작목반을 구성하는 등 유기농 채소를 경작해 도시 회원들에게 신임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엄덕견(67) 회원은 "화요일만 되면 아침부터 텃밭에서 채소를 뽑아와 이곳에서 손질하여 꾸러미를 싸는 등 정말 정신없이 바쁘다"고 말한다. 엄 씨는 두 번의 큰 수술을 했고 소까지 잃는 등 힘든 상황을 겪었지만 '큰 농사는 없어도 조그만 텃밭이라도 있으니 같이 해보자'는 언니네 텃밭 김정열(47) 단장의 권유로 생산자로 가입했다. 그는 이제 "텃밭 사업이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이 일 하는 재미로 산다"고 말할 정도로 애착을 보이고 있다.

현재 봉강 공동체의 도시 꾸러미 가입회원은 서울과 부산, 경기도를 중심으로 대구'경북 지역 등 120여 가구나 된다. 2001년 경남 창원에서 귀농한 고유정(43) 사무국장은 "회원 1인당 10가구를 책임질 수 있어 앞으로 30여 가구 더 늘리면 가장 적절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언니네 텃밭 김정열 단장은 "봉강 공동체는 전국 언니네 텃밭 16곳 중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라며 "참여 생산농가도 가장 많고, 소비자 회원들도 가장 많은데다 회원들이 열정적으로 화합하고 단결이 잘 되는 공동체"라고 평가했다.

이를 반영하듯 언니네 텃밭 상주 봉강 공동체는 지난 7월 4일부터 6일까지 공주 고마복합예술센터에서 열린 지역재단 주최 전국리더대회에서 지역리더상 단체 부문 대상을 받았다.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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