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칼럼] 축제의 주인공은 시민

현재 대한민국에서 열리고 있는 축제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다 보니 각각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비슷한 내용의 축제들로 넘쳐난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축제들의 비슷한 점은 축제의 근본적인 목적이다. 축제를 통해 무엇인가를 알린다는 것과 주제나 소재로 정한 그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즐기자는 것은 결코 달라질 수가 없는 축제의 공통점이다. 다만 축제를 통해 알리고자 하는 그 무엇이 다르고, 그 세부적인 실행 방법이 다를 뿐이다. 그것이 그 축제의 내용이 되고 특성이 되는 것인데 넘쳐나는 축제 속에서 차별성을 만들어가기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축제의 주인공이다. 축제의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분명히 하고 주인공 중심의 축제를 만들어가는 것이 축제의 성공 비결이기 때문이다.

연극에서는 관객'배우'무대를 흔히 연극의 3대 요소라고 한다. 그리고 그 세 가지에 희곡을 포함해 연극의 4대 요소라고 부른다. 이것은 극작가가 쓴 희곡을 바탕으로 공연을 준비한 배우들이 무대에서 연기를 통해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이는 연극의 전형적인 모습을 아주 잘 요약한 것이다. 연극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희곡, 활자에 머물러 있던 인물들을 연기하는 배우, 작품 속 어떤 공간을 만들어낸 무대,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없다면 온전한 연극이 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연극의 3대 요소 혹은 4대 요소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점은 연극이라는 말 대신에 축제라는 말을 바꿔 넣어도 크게 이상할 게 없다는 점이다. 축제도 연극의 희곡처럼 미리 준비된 내용이 필요하고, 배우처럼 그것을 보여주는 사람이 필요하며, 무대처럼 그것들을 보여줄 축제 장소가 필요하다. 물론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는 그것을 즐길 관객이다. 연극이나 축제나 모두 관객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 분명하다. 그러니 고민할 필요 없이 축제의 주인공은 관객, 즉 시민이다.

축제의 주인공이 시민이라고 해서 모든 시민이 주인공은 아니다. 이것은 연극의 실질적인 주인공이 관객이라는 말과는 조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축제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려면 축제 장소를 찾아야 한다. 연극을 보러 간 관객이 그 연극의 주인공이 되듯, 축제를 보러 간 시민이 축제의 주인공이 된다. 또한 연극에서 말하는 연극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는 관객의 의미와 달리 축제에서는 시민이 연극의 주연배우처럼 축제의 실제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학문적인 의미나 명분, 혹은 의미상의 주인공이 아니라 말 그대로 실제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퍼레이드'처럼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메인 행사인 축제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단순히 보는 프로그램 중심의 축제인 경우, 시민들은 주최 측에서 미리 준비해 보여주는 것을 단순히 지켜보는 형태, 즉 연극의 관객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등장한 축제의 형태는 시민이 단순히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직접 체험하며 축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중심의 축제가 그러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연극 공연 중에 관객이 배우의 손에 이끌려 잠깐씩 무대에 서보거나, 객석에 앉아서 공연 속에 잠깐 개입되는 상황과 비슷한 경우라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간혹 관객이 직접 배우가 되어 그야말로 연극의 온전한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처럼 축제 중에서도 시민이 온전하게 주인공이 되는 축제가 있다.

올해 '컬러풀 대구 페스티벌'은 그야말로 시민이 온전하게 주인공이 되는 축제이다. 무려 2천여 명의 시민이 축제 메인 프로그램인 '컬러풀 퍼레이드'에 참가 신청을 한데다, 공연 전문가처럼 대본'분장'의상'연출 등 모든 분야를 직접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시민에게 보여주는 축제, 시민이 체험하는 축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시민이 직접 참여해 주인공이 되는 축제, 그리고 그것을 보며 즐기는 것도 시민인 축제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당연한 결과다. 축제에 참여하는 시민은 누구나 주인공이다.

안희철/극작가 art-pl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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