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터키에 가시면 '페툴라 귤렌'을 물어보세요

터키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꼭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 있습니다. 부산에 있는 유엔묘지입니다.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터키 군인들이 잠들어 있습니다. 그 인연 때문에 터키 사람들은 우리를 형제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제 터키 사람들이 들르고 싶은 장소가 하나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경주이겠지요? 실크로드가 맺어준 인연입니다. '2013 이스탄불-경주 엑스포'는 실크로드의 시작 지점인 경주를 터키에 소개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과 터키를 오갈 것이고 서로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하게 될 것입니다. 터키 사람들은 부산 유엔묘지에서 평화의 의미를 생각할 것이고 경주에서는 한국 문화의 힘에 대해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터키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요? 저는 터키를 여행하는 분들에게 두 가지를 꼭 해보시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나는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성당과 블루모스크 사이에 있는 작은 광장에 서서 두 건축물을 '번갈아' 바라보라는 것입니다. 성 소피아 성당은 비잔틴 제국의 그리스 정교 교회당으로 세계 건축학이 손꼽는 몇 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입니다. 거대한 돔을 만든 건축 기술과 독특한 예술적 표현 능력은 놀랍습니다. 그 맞은편에 있는 블루모스크는 17세기에 만들어진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입니다. 이것은 성 소피아의 건축 양식을 모방, 발전시켜 만든 전통 이슬람 사원이랍니다.

한 터키 전문가는 이 두 건축물을 번갈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터키 여행의 진수라고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 번 그렇게 해 보았습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터키가 가지고 있는 '관용'의 덕목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터키는 다문화, 다민족, 다종교 국가입니다. 터키의 다수 종교인 이슬람 교회와 소수인 그리스정교회, 아르메니아 정교회, 가톨릭 그리고 유대교 공동체가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는 상징적인 모습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페툴라 귤렌'이라는 지도자에 대해 물어보라는 것입니다. 페툴라 귤렌은 지난여름, '2013 만해대상 평화상'을 수상한 터키의 사회 지도자입니다. 한용운 선생님의 사상을 기리기 위해 시행하는 만해대상 평화상은 그동안 김대중 대통령, 넬슨 만델라 대통령, 달라이 라마 등이 수상한 바 있는 권위 있는 상입니다.

페툴라 귤렌은 '관용'의 정신을 강조하는 이슬람 사상가이자 사회운동가로서 이 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서로 다른 가치와 종교가 서로를 인정하면서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종교적, 정치적 배경이 다른 지식인들과 함께 '대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평화로운 공존의 덕목을 널리 확산시키고, 젊은 세대들이 그러한 가치를 기르도록 했습니다. 그는 대화가 아닌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생각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었으며, 교육과 봉사 활동을 통해서 그런 가치를 확대하려고 했습니다.

터키 '기자작가재단'이 그러한 페툴라 귤렌의 '관용' 정신을 구현하는 주요한 단체라고 합니다. 터키에 가시면 한 번 찾아가 보십시오. 터키의 군부 세력이 마뜩잖아 하는 페툴라 귤렌은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직접 만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만 터키의 괜찮은 지식인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제가 첫 번째로 말씀드린 '성 소피아 성당과 블루모스크 사이 광장에서 양쪽을 번갈아 보라'는 것이나, 두 번째로 말씀드린 '페툴라 귤렌'을 물어보라는 것은 모두 터키가 가지고 있는 '관용'의 덕목을 배우자는 것이었습니다. 터키는 이런 '관용'의 덕목을 바탕으로 '다문화'라는 가치를 잘 구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배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 '다문화'라는 가치는 현실적으로 긴요한 과제이지 않습니까?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주민, 유학생, 탈북자 등이 늘어나고 있어서 여러 가지 문화가 서로를 존중하며 한데 어울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관용과 다문화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터키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김태일/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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