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광우도'. 사자성어를 닮은 이 말은 물고기 구별법이다. 몸의 한쪽에만 눈이 달려 있는 바다 물고기, 광어와 도다리 감별법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것이다. 광어는 눈이 왼쪽에 몰려 있고, 도다리는 오른쪽에 몰려 있다는 의미다.
우리 주변에도 광어나 도다리처럼 좌우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한쪽으로만 마음과 시선이 쏠려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더 많다. 그런 사람들만 모아 놓은 전시장 같다. 왼쪽 오른쪽, 양지와 음지, 앞과 뒤가 함께 있음을 알려고도, 보려고도, 인정하지도 않는 사람들이다. 자신만 옳다고 고집한다. 내 생각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아예 없다.
이들 가운데서도 특히 나와 다른 주장과 생각을 가진, 나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나와 우리가 아니면 모두 타도의 대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한쪽으로만 보는 이들에게 중간이 보일 리가 없다. 맞은편은 있다는 생각도 없고 있어도 보려고 들지 않으니 더더욱 안 보인다.
이런 사람들이 매사 화근(禍根)이다. 소위 트러블메이커가 된다. 우리 사회의 광어가 되고 도다리가 돼 치우친 주장과 목소리로 사사건건 정면충돌을 벌인다. 하나의 사실을 놓고서도 180도 다른 해석을 한다. 사건이나 사람을 보면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한편이면 무조건 봐주자고 한다. 그때마다 이상한 잣대와 기묘한 논리가 동원된다. 다른 이들에게 엄격했던 잣대가 유독 자기편에게는 고무줄로 변한다. 물론 상대방이 그랬다면 넘어가는 법이 없다. 놓치는 법도 없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식의 사생결단 자세다. 잘나지 못한 사람들만 한걱정이다. 잘난 사람들에게서는 배울 것도 없다. 그들이 신문 방송에 보일라치면 차라리 아이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막고 싶다.
매일 아침 출근을 하면 필자는 그날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와 집회의 일정표를 만난다. 적게는 10여 건에서 많게는 30여 건을 넘는 날도 있다. 가장 많은 것은 역시 '갈등과 반목'을 배경으로 한 시위와 집회다. 제목부터 거칠기 짝이 없다. 끝장을 보자는 냄새마저 풍긴다. 대구시청 주차장은 시위대의 안마당이다. 연중무휴다. 어디 대구경북 뿐이랴? 전국이 매한가지다. 국제도시 서울은 몇 배 더 심하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은 거대한 집회 장소다. 행사 규모도 엄청나다. 한쪽에서만 장을 펼치도록 놔둘 수 없다며 맞불 시위가 벌어지고 폭력 사태도 뒤따른다.
이러니 갈등공화국이라고 하는 것이다. '기적을 이뤘으나 기쁨을 잃은 나라'(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의 책 제목)라는 오명도 얻었다. 20세기 후반 가장 빠른 성장을 했으면서도 사람들의 행복도는 무지 낮다. 경제력으로는 최상위에 속하는데 행복 순위표로는 아래에서 찾는 게 훨씬 더 빠르다.
먹고살 만해졌다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더 멀어져 있다. 그 기저에는 '갈등'과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깔려 있다. 사회 구성원의 생산 및 1차 교육을 책임져야 할 가정은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학교도 갈피를 잡지 못한 지 역시 오래다. 성인이 되어 만나는 직장이나 사회는 가정이나 학교보다 더 삭막하고 살벌하다. 안식처는 오간 데 없고 약육강식의 정글만 남아 있다. 동반자는 없고 경쟁자뿐이다. 내가 아닌 너는 깔아뭉개야만 하는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우리가 지불하는 희생은 너무나 크다. 우리나라의 사회 갈등에 따른 경제적 손실 규모가 GDP(2013년 약 1천290조 6천억 원)의 27%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300조 원을 훌쩍 넘어선다. 대통령이 사과까지 하게 만든 기초연금 예산은 내년에 8조 원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가 갈등 수업료를 얼마나 비싸게 지불하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 돈이면 무상보육, 무상교육은 물론 또 다른 무상 시리즈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전국 어디선가에서는 멱살잡이를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지금이 21세기이기에 망정이지 옛날 같으면 끔찍한 일이라도 벌어졌을 정도의 살기들이다. 탈출구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우리들도 광어나 도다리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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