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축하받아야 할 정규시즌 우승

#1. 지난달 20일 류현진의 소속팀 LA 다저스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꺾고 미국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하자 4년 만의 지구 우승에 들뜬 다저스 선수들은 클럽하우스에서 가진 샴페인 샤워가 모자랐는지 체이스필드의 명물, 외야석 수영장에 뛰어들었다. 안방을 남의 축제장으로 내준 애리조나는 "무례하고 품위 없는 짓"이라며 비난했고, 이에 다저스 측은 "지금까지 우승 파티가 이렇게 차분하고 덜 시끄러웠던 적이 없다"며 응수했다. 양 지역 정치인들까지 나서 설전을 이어간 다저스의 수영장 파티는 어쨌든 대장정의 정규시즌 우승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2. 삼성 라이온즈가 롯데 자이언츠를 물리치고 2013 정규시즌 우승과 더불어 한국 프로야사에 없던 정규시즌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이달 2일. 사직구장엔 그 흔한 축포 한 방 터지지 않았다. 우승 축하연은 선수들이 우승 기념 티셔츠와 모자를 쓴 채 펼쳐놓은 우승 기념 플래카드를 붙잡고 사진 한 장 찍은 게 전부였다. 오히려 삼성 선수들은 "아직 4승이 더 남았다"며 한국시리즈 우승 각오를 밝히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해마다 봐온 한국의 정규시즌 우승팀의 뒤풀이는 이처럼 조촐했다.

똑같은 정규시즌 우승이지만 메이저리그와 한국의 세레모니는 이렇듯 큰 차이가 났다. 미국과 일본은 포스트시즌을 보너스 게임이라 여기는 데 반해 한국은 7전4선승제의 단기전 승자가 진짜 '챔피언'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스토브리그서의 전력보강, 주력선수를 가리는 스프링캠프, 부상과 슬럼프를 동반한 위기 극복 등 철저한 준비와 인내의 싸움을 견뎌내고 6개월의 긴 시간 동안 128경기를 치러 이룬 우승의 가치는 그저 포스트시즌 관중 수입 중 경비를 뺀 뒤 가져가는 배당금 20%가 전부다. 이에 반해 한국시리즈 우승은 부와 영광을 모두 거머쥔다. 배당금은 정규시즌 우승보다 적지만 '챔피언' 등극이 모(母)그룹의 지갑을 열어 화끈한 보너스를 챙긴다. 거한 우승 축하 파티, 여기저기서 들려주는 찬사 등 이런저런 것을 따지면 정규시즌 우승은 감히 비할 바 못 된다.

그동안 선수와 코치의 연봉, 구단 관계자의 수훈 역시 오직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야 인정받아 왔으니 자칫 1년 수고가 단 며칠 동안의 불운한 결과로 평가받는 몹시 억울한 상황도 빚어진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한국시리즈 결과에 상관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삼성 구단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더욱이 3년 연속 우승이라는 프로야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으니 그 노력에 찬사도 함께 띄운다. 1989년 단일리그 체제 도입 후 삼성, 해태, 현대, SK가 모두 실패한 건 우승 뒤 찾아오는 후유증 극복이 어려워서다. 연속 우승 과정에서 쌓인 주전들의 피로누적과 부상, 목표의식 결여, FA(프리 에이전트)로 인한 전력 손실 등은 세 시즌 연속 최상의 전력을 꾸리기 어렵게 만든다. 그럼에도 삼성이 다른 팀들의 집중견제까지 더해 안팎으로 몰아닥친 위기를 뚫고 3년 연속 정상을 지킬 수 있었던 건 최고의 훈련시설을 자랑하는 경산볼파크, 유망주를 발굴해 육성하는 인큐베이팅 시스템 등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전략 야구정보시스템 개발, 전지훈련지 내 실내훈련장 개장 등은 타 구단에는 없는 삼성 만이 가진 힘이다.

이번 3연패가 외부 FA를 영입하는 등 거액의 돈을 뿌려 전력강화를 꾀했던 과거의 방식이 아닌 오랜 시간 노력과 공을 들여 빚어낸 '시스템 야구'의 결과물이란 점에서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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