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명동 가스 폭발, 용량 속이려 불법 충전하다 '펑'

경찰조사 결과 발표…올 5월부터 '눈속임 판매'

경찰관 2명이 숨지고 인근 주민 11명이 다친 대구 남구 대명동 LP가스 폭발사고는 가스누출로 인한 단순 사고가 아닌 불법 영업으로 인한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불법 충전 작업=대구 남부경찰서는 8일 지난달 23일 대구 남구 대명동에서 LP가스를 불법 판매하기 위한 작업을 하다 가스 폭발사고를 일으킨 혐의로 LP가스 배달업체 운영자 A(43) 씨와 종업원 B(29) 씨를 사법처리할 예정이다.

경찰 조사 결과 LP가스 폭발이 발생한 LP가스 배달업체 사무실은 LP가스 용량을 속여 판매하기 위한 불법 작업소로 사용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3일 오후 11시 45분쯤 폭발사고가 발생하기 3분 전까지도 B씨는 LP 가스 용량을 속여 판매하기 위한 불법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것.

경찰에 따르면 LP가스 배달업체 운영자 A씨는 사무실에서 올 5월부터 가정·식당 등 구매자들이 가스용기에 들어 있는 양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50kg 사이펀 공업용 LP가스용기에서 액체 상태의 LP가스를 20kg 가정용 LP가스용기로 10~15kg가량 이송 충전하는 작업을 해왔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공업용 사이펀 LP가스용기에서 20kg LP가스용기로 액체가스를 옮기기 위해서는 기계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A씨는 불법 충전 작업을 위해 직접 제작한 7.5m 길이의 측도관을 사용했다. 경찰은 "20kg LP가스용기에 일정량의 가스가 차게 되면 압력 때문에 더 이상 충전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3~4차례에 걸쳐 측도관을 이용해 기체를 빼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측도관으로 빠져나간 가스 등이 사무실 내부로 들어와 폭발의 원인이 됐다"며 "폭발의 불씨는 종업원이 전등 스위치를 끄는 과정에서 발생한 스파크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주 A씨는 불법 충전기술을 종업원 B씨에게 알려줬고, B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9시 20분부터 오후 11시 43분까지 같은 방법으로 50kg 공업용 LP가스 용기 3통에서 20kg 가정용 LP가스 용기 4통으로 LP가스를 옮겨 담았다. 이들은 불법 충전 작업을 위해 심야시간에만 충전·이송을 했다. 또 사무실 유리문에 흰색 선팅용지를 붙이고, 출입문에는 신문지를 붙여 외부에서 작업 장면을 볼 수 없도록 했다. 업주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심한 판매 경쟁으로 용량을 속여 판매하면서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영업을 하기 어려워 가스 폭발 위험을 감수하고 불법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지자체 관리'감독 소홀=도심 주택가 한 가운데에서 LP가스 배달업체가 불법영업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관할 지방자치단체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구 남구청은 올 2월부터 지난달까지 지역 내 LP가스 판매업소, 충전소, 사용시설 등 모두 73곳을 대상으로 가스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안전점검 결과 폭발사고가 발생한 LP가스 배달업체를 포함한 모든 업소는 '특이사항 없음'으로 나왔다. 하지만 A씨는 해당 LP가스 배달업체 사무실로 등록한 장소에서 버젓이 불법 작업을 한 것. 게다가 이곳 사무실은 동주민센터와 도보로 1분 거리였다. A 씨가 가스용기를 가득 실은 차량을 주차한 곳 역시 동주민센터 바로 옆이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A씨는 평소에도 LP 가스용기를 차량에서 꺼내 사무실로 들어갔다가 빼내는 작업을 수시로 했으며, 밤새 LP 가스용기를 차량에 실은 상태로 주택가에 주차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김판태 대구 남부경찰서 수사과장은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남구청과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지도점검과 안전점검을 철저하게 했는지 조사할 것이다"며 "이번 불법 충전은 가스 판매업자들 사이에서 만연한 행위로 산업통상자원부, 남구청, 한국가스안전공사를 대상으로 강력 단속을 하도록 통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 @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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