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청 신도시를 가다] <하>신도시 성패는 정주여건

주택·교육시설·식당 늦으면 '유령 신도시'

충남도 내포신도시에는 도청 이전과 함께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으나, 높은 분양가 등으로 도청 공무원들보다는 원주민들의 입주가 대부분으로 초기 이주 정책이 겉돌고 있다. 권오석 기자
충남도 내포신도시에는 도청 이전과 함께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으나, 높은 분양가 등으로 도청 공무원들보다는 원주민들의 입주가 대부분으로 초기 이주 정책이 겉돌고 있다. 권오석 기자

대다수 신도시 조성의 초기 실패 이유를 살펴볼 때 경북도청 이전 신도시의 성공은 교육시설과 아파트, 식당 등 정주 여건을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정주 여건의 부실은 당초 이전을 계획했던 각종 공공기관의 이전 지연이나 철회로 이어지고, 사람들이 살지 않으면서 상가나 교육시설 투자가 꺼려지는 악순환이 당초 계획했던 신도시 조성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전남도청사가 들어선 남악신도시는 아파트만 빼곡한 채 이렇다 할 병원과 식당, 문화시설 등이 없어 밤이면 거리에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취약한 주거 환경, 신도시 이주 가로막는다

신도시 조성 1단계 사업이 완료된 전남도청사 남악신도시에는 당초 이전을 계획했던 공공'유관기관 이전율이 20% 정도에 그쳐 명품도시 건설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도청과 경찰청, 교육청 등 직접적으로 연관된 78개 기관'단체와 간접적으로 연결된 기관 80여 개 등 160여 기관'단체 가운데 도청 이전 8년째인 지금까지 이전을 마친 기관은 30여 개에 불과하고, 50여 곳만 이전을 준비 중이다.

전남도가 파악한 인구 유입 실태를 살펴보면 남악신도시로 이주한 주민의 48%가 목포에서 옮겨왔고, 무안군 등 전남지역 주민이 32%를 차지했다. 광주시에서 유입된 인구는 20%에 불과했다. 결국 광주시에 거주하는 전남도청 공무원 대부분이 남악신도시로 이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전남도청 공무원 1천500여 명의 70%가 광주시에 거주하거나, 남악신도시에서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작 남악신도시에 거주해야 할 전남도청 공무원들이 이주하지 않자, 인근 목포시와 무안군 주민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당초 목표와는 다른 방향으로 신도시가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남도 공무원들은 남악신도시의 취약한 주거 환경을 이주를 가로막는 주요인으로 보고 있다. 학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질도 광주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음식점, 병원, 대형마트 등 생활편의시설도 크게 부족하다. 현재 남악신도시에 거주하는 주민 대부분은 외식'쇼핑'학원 수강 등을 목포지역에서 해결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3, 4년 사이에 아파트 건립 붐이 일고 있지만, 분양가가 3.3㎡(1평)당 700만원을 넘어 800만원에 육박하는 등 광주지역보다 비싼 것도 이주를 방해하는 요소다.

전남발전연구원 이건철 원장은 "전남도청사가 입주한 지 1년 6개월 후에 교육청이 이사해 오고, 경찰청과 농협 등은 지난해에 이전 완료했다"며 "이 같은 이유는 초기 분양가가 비싼데다 정주 여건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신도시 조성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관들의 동시 이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충남도청이 옮겨온 내포신도시 경우도 지난 2월 교육청이 이사를 했고 9월 경찰청이 이전했다. 당초 계획된 128개 이전기관 가운데 42곳이 신도시에 정착했지만, 단독 건물이 아닌 충남도청 신청사 내에 들어서 있어 이전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북도청 신도시 성패는 정주 여건과 학교

도청 이전 신도시의 부지 조성은 2014년 연말쯤 마무리된다, 부지 조성이 완료되면 비로소 신도시가 갖춰야 할 아파트 및 주거시설, 상가, 학교, 병원 등 가장 기본적인 정주 여건이 조성될 계획이다.

경북도는 도청 신청사 이전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춰 학교와 아파트 등 주거시설의 입주 시기를 맞출 계획이다, 하지만 공무원 임대아파트 490가구는 2015년 6월 완공, 민간아파트 1천305가구도 2016년 연말쯤은 되어야 준공된다.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갈전초등학교와 풍천중학교가 이전 배치돼 2015년 3월 개교 예정이다. 고등학교는 예천 호명고등학교가 2016년 신도시로 이전 배치된다.

신도시 초기 성패의 결정적 역할을 할 유관기관 이전도 미온적이다. 경북도는 당초 유관기관 219개 가운데 대구시에 소재하고 있는 130개 기관을 1차 이전 대상으로 설정하고 이전 협의를 추진해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90개소만 이전 의향을 내비친 상태다. 게다가 신도청과 동반 이전을 추진한 교육청과 경찰청도 예산 확보 등에 차질을 빚으면서 교육청이 신청사보다 1년 늦은 2015년 연말, 경찰청이 2016년 6월 완공될 예정이다.

경북도의 계획대로라면 아파트, 학교, 생활편의시설, 병원 등 정주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북도청이 옮겨져 이전 이후 한동안 밤이면 텅 빈 도시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경북도에 앞서 도청 이전 신도시 조성 사업을 시작한 전남 남악신도시와 충남 내포신도시의 사례로 볼 때 내년 연말 신도청이 개청되더라도 최소 5~10년은 지나야 정주 여건이 마련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남발전연구원 조상필 박사는 "경북도청 신도시 건설 초기부터 안동'예천 원 도심 인구 감소와 상권 축소에 따른 지역 간 균형발전 대책을 마련하고 신도시 인구 유입 촉진 방안 연구, 신도시 공공기관 이전을 유도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의 이전 문제는 이전 기관 직원들의 이주로 인해 금융, 식당, 교육, 교통, 공공 편의, 문화, 유흥 등 다양한 산업들이 연계 성장할 수 있어야 신도시 조성이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박대희 경상북도 도청 이전추진본부장은 "신도시의 성패가 교육에 달려 있는 만큼 총 29개의 초'중'고등학교를 교육청과 협의해 계획하고 있으며, 이 중 대학 진학에 직결되는 고등학교는 학부모들이 교사와 직원을 직접 채용하는 자립형 공립학교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권오석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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