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대구시의 한 기초자치단체가 수백억 원을 들여 근사한 문화체육 복합시설을 지었다. 개관식 때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을 초청했는데, 그 장관이 시설을 둘러보고는 대구에는 좋은 공연장이 많이 있는데 1천 석이 넘는 공연장이 또 필요합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한때, 전국에 문화예술회관, 체육관, 시민운동장 짓기 바람이 불었다. 정부의 지원도 있었지만, 선거로 당선한 자치단체장의 치적 홍보용으로는 이런 시설 만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수요를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짓다 보니 그나마 광역시 단위는 덜 하지만, 대부분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해 지금은 애물단지가 됐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최근 이런 뉴스가 있었다. 경찰청이 과학수사를 위해 도입한 특수차량의 사용실적이 거의 없고, 학생의 견학용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이 차량은 대당 7억 원에 이른다. 군이 체력단련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변해 골프장을 짓고는 전동 카트 구입비용으로 170억 원을 썼다는 내용도 있다. 세금은 곧 공짜라고 생각해 흥청망청한 셈이다.
이러한 예산 낭비 현장은 너무나 많아 수십, 수백억 원이 왔다갔다하는 대형 건수가 아니면 놀랍지도 않다. 연말만 되면 파헤쳐지는 도로, 책정한 수당을 써버리기 위한 야근 도장 찍기, 친척이나 지인 이름으로 복지 수당 챙기기 같은 잔챙이 사례에는 무심해진 것과 비슷하다. 자칫 국가를 위기로 몰고 갈 수도 있는 원전을 두고도 장난을 치는 나라이니 두말할 나위도 없다.
요즘, NLL대화록 문제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중요 공약인 기초노령연금을 두고 나라가 시끄럽다. 공약 때부터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많더니 결국 '실행불가'를 선언했다. 줄 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줄줄 새는 세금을 보면 돈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왜 정부는 스스로 절약에 나서지 않는 걸까? 적자로 허덕이는 공기업 직원의 높은 연봉은 손대지 못하고, 매년 수백억 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여도 버려두는 것인지,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의 선심성 사업을 싹둑 자르지 못하는지, 엉성한 예산 편성으로 불요불급한 곳에 마구잡이로 뿌려지는 세금 낭비는 왜 막지 못하는지 궁금하다. 이런 것들만 제대로 챙겨 절약해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기초연금 제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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