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주의 정치 이슈] 역대 최대 규모 국정감사

피감기관 630곳 '겉핥기 국감' 되나?

역대 최대 규모의 국감이 다음 주 14일부터 시작된다. 지난해 500여 곳이었던 피감기관이 올해 630곳으로 '대폭' 늘어났다. 국가기관 285곳, 공공기관 280곳, 광역자치단체 31곳이 대상이다. 금융감독원, 한국산업은행, 농협, 군인공제회 등 국회 본회의 승인이 필요한 기관도 대거 포함됐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국감이라 현역 단체장의 '방패 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지적이 적어야 공천 길도 열린다.

하지만 피감기관이 너무 많아 자칫 '겉핥기 국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들린다. 반대로 지자체로선 피감기관이 많으면 많을수록 정조준하는 의원들이 적어진다며 환영 분위기다.

◆대구시와 경북도, 선방해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28일 대구시청을, 29일 경북도청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한다. 구미가 지역구인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이 안행위원장이며 지역에선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대구 달서을)이 위원으로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 관계자들은 어떤 질의가 있을지 치열한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기자들을 상대로 질의서를 미리 입수하려는 로비전도 예상된다. 민주당에선 김현, 진선미 의원 등이 저격수다.

3선을 향한 김범일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입장에선 '국감 선방'이 필수다. 하지만 지자체장을 노리는 현'전 의원들은 안행위 소속이 아니더라도 '국감 소스'를 동료 의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에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전국체전 일정과 겹친다는 이유로 국감 대상에서 빠지면서 일각에선 "털어볼 것이 많다"고 고무된 모습이다.

◆관전 포인트는 증인

이번 국감은 여야가 어떤 증인을 채택하느냐가 볼거리다. 현재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재벌그룹 경영자들을 비롯해 기업인 숫자만 200명에 가깝다. 기업인 증인 채택이 역대 최대 규모다.

국회 정무위, 산업통상자원위, 환경노동위, 국토교통위가 기업인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정무위는 특히 일반 증인 10명 중 9명꼴로 민간 부문 기업인으로 채웠다. 정무위로선 경제민주화,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산업위는 갑을(甲乙) 문제를, 환노위는 노동 문제, 국토위는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 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인 대상자가 출석하지 않는 일이 속출했고, 국감을 피해 해외 출장을 나가는 경우도 허다해 '증인 실적'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선 막상 기업인을 앞에 두고도 제대로 된 질문 한 번 하지 못하거나, 팩트 없이 호통만 치는 경우도 허다해 '보여주기식 국감'이란 지적도 꾸준했다. 지난해 정무위 국감에선 증인 32명 중 26명이 출석했으나 12명은 자리에 앉아 있다 돌아갔다.

◆피감기관 증가 추이

국회 운영위원회는 원래 639곳을 대상으로 국감을 하려 했으나 막판에 630개 기관으로 의결했다. 정무위의 해외국감 일정이 취소되면서 국책금융회사 해외 지점 등 9곳이 막판에 제외된 것이다. 하지만 피감기관이 600곳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감기관 수는 1997년 300곳에 못 미쳤으나 2001년 402곳, 2010년 516곳 등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18대 국회 마지막 국감이던 2011년에는 566곳, 19대 국회 첫 국감이었던 지난해에는 557곳이었다. 10여 년간 피감기관 수가 갑절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전체 16개 상임위 가운데 운영위, 정보위, 여성가족위 등 겸임 상임위 3곳을 빼고 상임위별로 평균 49곳에 현미경 검증을 해야 한다. 국감 기간 20일 중 주말을 제외한 15일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각 상임위가 하루 3, 4개 기관을 소화해야 한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피감기관이 104곳이나 된다. 법제사법위(70곳), 산업통상자원위와 환경노동위(53곳), 국방위원회(52곳)도 피감기관이 많다. 깊숙이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피감기관 1곳당 의원 1명이 20분 정도 질의하는데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지겠느냐는 것이다.

◆국감 때마다 나오는 상시 국감 이야기

국감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국회가 열리는 회기에는 늘 국감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상시 국감으로 가자는 것이다. 국감을 정기국회 기간에 하지 않고 상임위별로 탄력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이번처럼 피감기관이 많을 때 상임위별 소위를 가동해 감사를 분담하고, 위원회별로 추가 감사를 하는 것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상시 국감으로 갈 경우 피감기관이 국감에 대비하느라 본연의 업무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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