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결핵의 역습]<하>증상 완화는 완치 아니다…6개월 이상 꾸준히 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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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크리스마스실 구경하세요~\" 이달 4일 대한결핵협회 대구경북지부 사무실에서 협회 직원들이 크리스마스실을 정리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실을 판매해 모금한 금액은 결핵환자 치료와 결핵시설 지원 등 전액 결핵 퇴치를 위한 사업에 사용된다.

결핵은 혼자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병이다. 언제 어디에서 균에 감염될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확률 싸움'이어서 치료보다 관리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이 때문에 공공'민간 의료기관이 손을 잡고 협력 모델을 만들어 결핵환자 관리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민간병원 손잡고 결핵 막는다

"28세 ○○○ 환자는 친구 2명과 함께 산다고 합니다. 영업직이라서 사람을 많이 만나는데 빨리 치료해야 할 것 같아요." "같이 사는 친구들도 결핵환자로 의심되는데, 밀접 접촉자들을 대상으로 결핵 감염 검사를 해야겠네요."

이달 2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동 영남대병원 2층 호흡기센터 결핵관리실. 영남대병원 호흡기내과 신경철 교수와 간호사 3명이 결핵환자들의 진료 차트를 보며 한창 회의 중이었다. 병원 한쪽에 자리 잡은 이곳은 결핵환자 상담과 관리가 이뤄지는 중요한 곳이다.

민간병원에 이 같은 공익 목적의 결핵관리실이 생긴 것은 2011년부터 시작된 '민간'공공협력 결핵관리사업'(PPM'Private Public Mix) 때문. 민간의료기관에서 환자 등록과 결핵 교육, 복약 상담 등 결핵환자 치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예전에 결핵환자 진료가 보건소에서 주로 이뤄졌다면 요즘은 민간병원에서 진료받는 환자들이 훨씬 더 많아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01년 53.2%의 환자가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으나 2010년에는 84.9%로 크게 증가했다. 현재 대구 8개, 경북 8개 병원이 협력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영남대병원 호흡기내과 신경철 교수는 "PPM 사업이 시행되기 전 민간병원의 결핵 관리는 근본적으로 실패였다. 보건소에서 환자 치료 실패율이 19.2%였는데 민간병원은 환자 33.5%가 실패한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며 "환자는 민간병원에 많이 오는데 병원에서 결핵 진료와 치료에 큰 관심이 없었으니 환자 관리가 안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자 치료 설득, 가장 어려워

전염성 질병인 결핵은 환자 치료보다 관리가 더 중요하다. PPM 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결핵관리 전담간호사(이하 PPM 간호사)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09년부터 사업에 참가한 민간병원에 PPM 간호사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주치의가 환자에게 결핵 진단을 내리면 환자를 교육하고, 약을 먹었는지 체크하고, 가족 중 추가 결핵환자를 발견하는 등 세세한 업무를 도맡아서 한다.

신 교수는 "만약 결핵환자가 진료가 잡힌 날 병원에 오지 않으면 PPM 간호사에게 알리고 진료 일정을 다시 잡는 식으로 유기적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가장 힘든 일은 치료 의지가 없는 환자를 설득하는 일. 권혜경(31'여) PPM 간호사는 "환자에게 수시로 전화를 하고, 약이 몇 개 남았나, 언제 병원에 올 것인가 세세한 것을 다 확인해야 한다. 어떤 분들은 전화를 하면 그냥 끊고, 아예 받지 않거나 '알아서 한다'며 화를 내는 경우도 많다"며 "정 안되면 환자 보호자나 자녀들에게 이야기하는데 환자가 치료에 비협조적일 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결핵 치료에 비협조적인 환자를 주로 담당하는 보건소 직원들의 고충도 만만찮다. 민간병원에서 치료에 협조하지 않는 '비순응자'들은 보건소로 업무가 넘어간다.

민간병원에서도 두 손 두 발 놓은 환자들이 보건소 직원 말이라고 잘 들을 리 없다. 게다가 보건소마다 결핵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1명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비순응자 1명 때문에 업무 과부하가 걸리는 경우도 많다.

익명을 요청한 대구의 한 보건소 결핵 업무 담당자는 "비순응자 1명을 맡는 게 일반 결핵환자 10명을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어떤 환자는 기흉이 심한데도 입원 치료를 거부하고, 겨우 병원에 입원해서도 튜브를 삽입한 채 도망쳐서 정말 고생했다"고 털어놨다.

◆미래 결핵환자 막자

전문가들은 '잠복 결핵'을 적극적으로 치료해 미래 결핵환자 발생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잠복 결핵이란 결핵균이 몸에 있지만 아직 결핵으로 발병하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데, 이들을 찾아내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것.

의료진들은 만 35세 미만의 사람들이 잠복 결핵 감염자일 경우 치료를 권유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호흡기내과 이재희 교수는 "잠복 결핵 감염자 중 35세 미만인 자에게 치료를 권유하는 이유는 이 나이를 넘어서면 잠복 결핵을 치료하는 이익보다 간독성에 의한 위험도가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잠복 결핵 감염자가 9개월간 약만 잘 먹으면 앞으로 결핵이 걸리지 않는데도 꾸준히 치료를 받지 않으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핵 증상이 완화됐다고 해서 병이 나은 게 아니기 때문에 정해진 치료 기간 동안 복약을 해야 결핵을 막을 수 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호흡기내과 전영준 교수는 "결핵으로 사망하는 환자들 중에서는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치료를 잘 안 받은 경우가 많다. 먹어야 하는 약도 많고, 6개월 이상 꾸준히 먹어야 하니까 한두 달 뒤 결핵 증상이 없어지면 스스로 약을 끊는 것"이라며 "결핵균은 적어도 6개월은 치료해야 완치가 된다. 중간에 약을 끊어 '내성'이 생기면 점차 치료가 어려워지고 다른 사람이 내성 결핵에 감염될 수 있으니 자의적으로 판단해 약을 끊어서 안 된다"고 했다.

결핵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필수다. 주변에 전염성 결핵환자가 있는데도 '나는 괜찮겠지' 하고 방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가족이나 장시간 결핵환자와 생활하는 '밀접 접촉자'는 반드시 결핵 감염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들의 결핵 감염 검진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한다.

또 결핵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학교에서는 학생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결핵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대한결핵협회 대구경북지부 이진호 지역본부장은 "전염성 질병인 결핵은 학교나 단체의 적극적인 도움 없이는 절대 예방할 수 없다.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크리스마스실'을 나눠주면서 결핵 홍보도 하고, 질병을 설명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결핵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김수용기자 ksy@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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