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영일만항 앞바다에서 화물선이 침몰해 배에 타고 있던 선원 19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발생=포항지방해양항만청과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15일 오후 3시 40분쯤 영일만항 북방파제 북동쪽 방향 1㎞ 앞바다에서 파나마 국적 화물선 'CHENG LU'(쳉루: 8천461t)에 주묘현상(닻이 끌려 배가 휩쓸려 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화물선은 군산에서 출발해 포항신항에 짐을 부린 후 일본으로 이동하려다 당시 해상에 풍랑경보가 발령되는 등 기상상황이 나빠 14일 오후 6시쯤 포항항 항계 내 정박지에 닻을 내렸다. 하지만 15일 오후 최고 초속 24m가 넘는 강풍과 6~8m의 파도에 밀려 오후 3시쯤부터 정박을 위해 내려뒀던 닻이 끌리면서 배가 기울었고 2시간여 후인 오후 5시 46분 포항영일만항 북방파제에 선미 부분이 부딪치며 침몰하기 시작했다. 화물선은 16일 오전 현재 배의 3분의 2가량이 바다에 잠겨 있다.
사고 선박에는 베트남인 1명과 중국인 18명이 타고 있었다. 포항해경이 구조작업에 나섰으나 현재 총 승선원 19명 중 선장 석림빈(46) 씨를 비롯해 9명의 시신을 발견했으며, 2명은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다. 나머지 8명 가운데 3명은 바다 위에서 표류하다 16일 오전, 5명은 배의 중앙 돛대 부분에 올라 피신해 있다 오전 9시쯤 헬기 레펠로 각각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해상에 6~8m의 높은 파도가 일고, 초속 20~40m의 강한 바람이 부는 등 중형 태풍급의 악천후가 이어지고 있어 배 인양작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고원인과 구조=사고 선박으로부터 포항해경에 구조 요청이 들어온 것은 15일 오후 3시 40분쯤. 당시 쳉루호는 닻이 바닥에 끌려 휩쓸려 가는 '주묘현상'으로 표류하고 있는 상태였다.
해경은 20분쯤 후인 오후 3시 59분 경비정 2척을 사고현장에 급파했지만 바로 회항해야 했다. 당시 해상에 풍랑경보가 발효된 상황이고 아파트 2~3층 높이인 6~8m의 파도가 몰아치자 경비정의 운항 또한 위험했던 까닭이다. 이에 경비정보다 큰 크기의 1003함이 1시간 후인 오후 5시쯤 현장에 도착, 사고 화물선을 예인하기 위해 투색총(줄을 멀리 던질 때 사용하는 총)을 발사했으나 파도가 높고 물안개까지 짙게 껴 접근조차 불가능해 속수무책으로 현장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화물선은 파도와 강한 바람에 휩쓸리며 이날 오후 5시 46분 인근 방파제에 부딪쳐 침몰하기 시작했다. 기관실부터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서 선원들은 바다에 뛰어들거나 배의 높은 부분으로 몸을 피신한 채 해경의 구조만 애타게 기다리는 상황이 됐다. 기상악화에다 어둠이 깔리면서 구조는 더욱 어려워졌다. 해경은 서치라이트, 야간열상장비, 항공기 조명탄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장비를 가져왔지만 기상악화를 뚫고 선원을 구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름 유출=16일 오전 현재 생존자의 수습은 마무리돼 가고 있지만 현재 선박의 윗부분 외에는 대부분이 물에 잠겨 기름 유출 등 2차 피해의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당시 쳉루호에는 벙커C유 106t, 경유 26t 등 총 132t의 유류가 저장돼 있다는 것. 이날 오전 현재 일부 기름띠가 해상에 보이기 시작했으며, 쳉루호가 완전히 침몰될 경우 해저 압력 등으로 인해 유류 저장고 파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기름이 대량 유출도 우려된다는 것.
해경 측에서는 유류 유출 시 해류의 흐름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파악했으며 이 결과 대부분이 포스코신항 및 북부해수욕장 쪽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포스코의 철강을 식히는 냉각수의 오염이 예상돼 심각한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 또한 높다.
박종철 포항해양경찰서장은 "본청에 상황대책반을 꾸리고 대책팀을 사고현장에 급파해 최대한 사태 수습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기상 상황이 자연재해에 해당될 정도로 나쁘지만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력을 투입해 사태 수습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 김대호 박승혁 신동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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