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하자는 국민발의안이 스위스 연방의회에 제출돼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는 소식이 최근 화제가 됐다. 이 기본소득 보장 법안은 소득 수준이나 취업 여부에 상관없이 국가가 성인 국민 모두에게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 법안에서 스위스 시민사회가 제시한 금액은 월 2천500스위스프랑(약 300만 원)이다.
기초연금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스위스의 사례는 부러운 일이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주목할 것은 국민이 자신 생각과 욕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직접민주주의를 채택한 스위스의 경우 국가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절차상 모두 제도화되어 있어 변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 우리와는 다르다. 스위스에서 국민발의안이 제출되면 2년 내 국민투표를 통해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반대로 조직의 합의 과정이 불분명해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고 이로 인해 갈등과 기능 장애에 빠지는 경우를 흔히 '애빌린(Abilene) 패러독스'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경영학자 제리 하비의 커뮤니케이션 이론으로 40℃를 오르내리는 텍사스의 여름날 "애빌린에 가서 외식이나 하자"는 어느 누구의 제안에 가족 모두가 별 생각 없이 동의하고 에어컨도 없는 차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왕복 서너 시간을 달려갔더니 음식이 형편없는 등 괴로운 여행이 되면서 누가 애빌린에 가자고 제안했느냐며 가족이 갈등한다는 이야기다.
이 이론은 어느 누구도 동의하지 않았지만 상대의 말이나 제안에 자기를 맞춰가는 암묵적 동의의 문제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애빌린 패러독스의 경우 결정 과정도,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조직이 합의 관리에서 실패하면 목표 달성도 어렵고 결국 조직이 파멸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하비는 주장한다. 스위스의 사례처럼 정책 결정은 물론 결과에 대한 책임도 국민이 지는 구조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이디어 수준의 공약에서 출발한 새 정부의 기초연금 방안은 선거 당시에도 재정 문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지 못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한계와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결국 복지 논쟁으로 비화한 것이다. 애빌린 패러독스 덫이 우리 사회에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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