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을 대목 맞은 사람들] '곶감의 고장' 상주

햇살 받은 곶감 타래 '부농의 꿈 주렁주렁'

가을이 되면 상주 사람들은 꿈에 부푼다. 전국 최대 규모의 곶감 만들기 대장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상주의 곶감 농가들은 이달 중순부터 다음 달 말까지 가장 바빠지는 계절이다.

◆상주 곶감 만드는 사람들

전국 곶감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상주. 본격적인 감 깎는 철이 시작되면 거리가 한산해질 정도다. 손님이 크게 줄어 아예 차를 세워놓고 곶감 덕장에서 일하는 택시기사도 있다. 경로당과 노인회관 등에서 시간을 보내던 70, 80대 할머니들도 곶감 농가에서 일손을 돕는다. 그래도 곶감 농가마다 일손 부족으로 비명을 지른다.

이 때문에 곶감 작업장에는 전국에서 '일시 취업'을 위한 인부들이 몰려든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상주에는 빈 몸으로 가도 잠자고 먹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말이 있다. 일손이 부족한 곶감 농가에서 약 한 달 정도 감 깎는 작업을 도우며 일당을 번다. 식사와 잠자리도 농가에서 해결할 수 있다. 주인집과 잘 친해 놓으면 내년 일거리까지도 미리 약속받을 수 있다.

상주의 감 재배 농가는 6천300가구나 된다. 이 중 곶감을 만드는 농가는 3천800가구다. 연간 곶감 생산량은 1만여t. 전국 생산량의 60%에 달해 연매출이 3천억원대에 이른다. 요즘은 상주지역 어느 곳에서나 검은색 햇빛 차단막을 발견할 수 있다. 곶감 만드는 작업장이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삼삼오오 모여 감 껍질을 깎아 곶감 만들기에 한창이다.

직접 손으로 깎기도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기계에 의존한다. 꼭지를 떼어낸 감을 감 깎는 기계에 꽂고 칼을 대고 2, 3초 지나면 껍질이 벗겨진다. 감 깎기가 시작되면 상주에는 어딜 가나 길쭉한 감 타래에 감을 건조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청에 곶감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를 둘 정도로 명실 공히 전국 최대의 곶감 고장이다. 상주 곶감은 수출도 한다.

◆전국 최고(最古) 감나무 마을

상주시 외남면 곶감 특구 마을. 400여 곶감 농가가 있는 작은 농촌 마을이다. 하지만 아이디어 하나로 13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려 부러움을 사고 있다. 특히 이 마을에는 우리나라 최장수인 '750년 된 감나무'가 아직도 감이 열리고 있다. 이를 토대로 '곶감과 호랑이'라는 스토리까지 만들었다. 수백 년 동안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아 평범한 감나무에 불과했던 최고(最古)의 감나무는 상주시 정재현 시의원의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정 의원은 "할아버지 때부터 오래된 감나무란 이야기를 들어와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전국에 있는 DNA 분석가들을 찾아다닌 결과 놀랄 만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한다. 산림과학원 DNA 전문 분석가가 직접 상주시로 내려와 이 나무의 DNA를 분석한 결과 750년 정도 된 감나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상주시는 '하늘 아래 첫 감나무'란 이름을 붙이고 기념비석까지 세웠다.

이뿐 아니다. '하늘 아래 첫 감나무'는 매년 3천500~4천여 개의 감이 열린다. 산림과학원은 이 감나무에서 수확해 만든 곶감에 대해 국내 최초로 QR 코드를 부착해 판매토록 하고 있다. 정 의원은 하늘 아래 첫 감나무를 토대로 상주 곶감이 최상의 품질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동화도 만들었다.

"상주지역의 곶감이 임금님께 진상됐다는 기록도 있고 과학적 증명도 충분한데 세상에 알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하늘 아래 첫 감나무가 상주에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는데 방법이 없어 궁리 끝에 전래동화 속 호랑이도 무서워 도망갔다는 '곶감 이야기'를 생각해 전문 동화작가를 통해 동화책을 만들었다"고 했다.

상주시 외남면 곶감 특구에서 생산한 곶감은 상주시 전체 곶감 생산량의 7.5% 정도를 차지한다. 연간 매출은 130억원에 이른다.

◆곶감 타래가 아름다운 마을

상주시 남장마을은 해마다 가을이면 샛노란 물결로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곶감을 판매한다는 문구가 걸려 있다. 감을 수확해 껍질을 깎는 작업은 보통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순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올해는 감 깎는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상주시는 물론 전국적으로 감 작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달 말쯤 남장마을에 가면 집집이 수천 개에서 수만 개에 이르는 감을 건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옛날에는 감 깎는 작업을 손으로 했지만, 기계화되면서 감을 깎는 데는 사람 손이 거의 가지 않는다. 감을 기계에 걸어 주는 일만 사람이 하면 된다. 하지만 껍질을 벗긴 감에 실을 꿰고 건조장에 거는 작업은 여전히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 곶감은 감 종류와 지역 여건에 따라 건조기간이 필요하다. 수분 35% 정도의 곶감을 얻기 위한 기간이다. 껍질을 벗긴 감을 35일에서 50일 정도 건조장에서 말리면 맛깔스러운 곶감으로 거듭난다.

상주 둥시 곶감은 60일 정도 자연건조를 한다. 상주 둥시감은 큰 감에 속해 건조기간도 그만큼 길다. 요즘은 반건시가 유행이다. 35~40일 정도 말리면 겉은 밝은 주황색, 속은 주홍색의 반건시가 된다. 햇곶감은 다음 달 말부터 출시되기 시작해 12월에 절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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