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쯤에는 내각과 청와대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취임 후 지금까지 인사 난맥과 국정원 댓글사건에 발이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내년부터는 정말 힘을 갖고 일을 해야 한다. 올 연말까지는 예산국회다. 예산국회가 끝날 즈음에 힘있는 정부로, 추진력 있고 정치력 있는 정부로 내각과 청와대부터 '대개편'을 하고 난 뒤에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연말 대개편을 하지 않고) 이 상황대로 가면 이 정부는 지방선거에서 참패,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레임덕에 빠지는 식물정부가 될 것이다. 그 정도의 예측을 이 정부를 움직이는 실세들은 하고 있을 것이다. 전면 개편 없이는 제2기 박근혜정부를 끌고 갈 수가 없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연말 내각과 청와대의 대개편을 예고했다. 내년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새누리당의 지도부 재편에 앞서 국정을 이끌고 있는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적인 쇄신을 촉구한 것이다.
홍 지사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이른바 '올드보이'의 귀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선을 던졌다.
"그것은 이 정부 주도세력들의 문제다. 이 정부 주도세력들이 제대로 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겠느냐. 이 정부를 주도한 세력들이 박 대통령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니까 김 실장처럼 기획력과 돌파력, 추진력을 다 갖춘 치밀한 사람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올드보이'라기보다는 경륜 있는 사람들이 필요했다고 본다. 김 실장과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홍사덕 민화협 공동의장 등 그런 분들의 경륜과 정치력이 필요해서 롤백시키는 것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본다."
한나라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지낸 4선 국회의원인 홍 지사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대선과 함께 치러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 지방정부의 수장으로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앞으로의 시대는 거버너(governer)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시장과 도지사 경력을 갖춘 중진 정치인들이 대선 후보에 나서는 길이 열리는 등 그들이 중앙정치 무대를 장악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같은 중량감 있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차기 대권후보군에 진입한 것을 감안하면 홍 지사의 정치적 행보도 그들과 다를 바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가 도지사에 취임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진주의료원 폐업이었다.
"당선되면서 곧바로 12월 20일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는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진주의료원이 왜 이렇게 됐느냐에 대해 10일 만에 파악했다. 'TF'를 만들어 한 달 반 동안 정상화 대책을 내놓으라고 했다. 폐업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강성노조가 장악하고 있어서 14년 동안 선출직 도지사들이 폭탄 돌리기를 한 것이다."
-취임 후 10개월 동안 많은 일을 했다.
"진주의료원만 문제가 됐지만 사실 경남도는 매달 엄청난 일이 있었다. 1월에는 남해안 EEZ(배타적 경제수역) 보상 문제를 해결하는 등 참 많은 일을 해왔다.
진주의료원 문제는 14년을 끌어온 현안이었다. 지난달 폐업 문제를 종결하고 정리했다.
어떤 식으로든 강성노조의 놀이터를 다시 만들어주는 일은 하지 않겠다. 경남도민을 위한 의료복지를 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공공병원과 공공의료정책을 혼동하고 있다. 영국이 공공병원으로 의료복지를 한다면 우리나라와 대부분의 다른 나라는 민간병원이 공공의료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우리는 올 1월부터 94%에 이르는 민간병원이 공공의료를 하도록 했다.
진주의료원을 폐쇄하자 공공의료를 포기했다고 비난하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진주의료원이 맡은 공공의료는 2%도 채 되지 않는다. 경남도가 지난해 230억원을 공공의료비용으로 지출했는데 대부분 민간의료기관이다. 진주의료원 같은 공공병원이나 민간병원이나 의료수가는 똑같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다.
"진주의료원 폐업은 강성 귀족노조에는 돈을 주지 않겠다는 데서 출발했다. 14년간 경영 개선을 하라고 47차례에 걸쳐 요구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노조병원'이었다. 노조원의 가족에게는 90%를 감면해주고 노조원이 퇴직하면 가족들을 채용하도록 했다. 외부에서는 이런 내용을 잘 모른다.
강성 귀족노조에 경고장을 준 것이지 정치력을 발휘한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하고 싸워서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아니 한 번도 그들과 싸울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사건이 터졌을 때 검사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는데.
"채 전 총장은 사법시험 동기다. 당 대표로 있을 때 대검차장으로 추천한 바가 있다. 그런 경력이 있었기에 그 자리에 갈 수 있었다. 나는 그런 일(혼외아들)이 있는지 몰랐다. 만일 그런 일이 사실이라면 인사청문회 대상이 됐을 때 사양했어야 했다.
남을 징치(징계하여 다스림)하는 검사는 스스로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요즘같이 공직자들이 유리알 속에 들어가 있는 세상에서 숨긴다고 숨겨질 일이 아니다. 자기관리를 잘 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권력자를 징치할 수 있는가. 언론에서 '사생활'이라고 하는데 '축첩'은 범죄다. 검찰총장이라고 해서 치외법권지대에 사는 것이 아니다. 더 엄격해야 한다. 사실이라면 간통이다. 간통은 본처가 소송을 제기할 요건이지만 이미 범죄는 성립된 것이다.
검사 월급으로 두 집 살림을 할 수가 있는가. 한 집 살림을 해도 빠듯하다. 채 전 총장의 대응은 검사답지 않다. 검사는 법률적으로 해야지 정치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야당을 끌어들인 것은 잘못이다. 처음부터 '나를 검증하고 감찰하라'고 했어야 했다."
-당 대표까지 하고 도지사를 하는 것이 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여기(경남도)는 집행기관이다. 정치권에 있을 때는 일이 터지면 신속하게 대응하느라고 다소간에 실수도 있었지만 집행기관은 좀 다르다. 신속함도 중요하지만 결론도 맞아야 한다. 그래서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조금 더 신중하게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 그런 차이가 있다. 이런저런 결정을 내릴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치고 파급력이 어떤지까지 판단해서 결정한다.
한국도 미국처럼 앞으로 '거버너'의 시대가 될 것이다. 국회의원 3, 4선 하면 힘을 받는 시대였지만 이제 지방권력도 세지고 있다. 지방정부가 중앙의 지배에 따르는 시대가 아니라 병립하는 시대다.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듯이 대한민국도 그런 가버너의 시대가 될 것으로 본다.
제가 경남도지사를 하고 있는 것은 정치권과는 다른 경험이다. 격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 앞으로는 도지사와 중진 정치인과의 경계가 없어질 것이다. 저도 국회의원을 네 번이나 했지만 지방행정가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다는 국민적 의식도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내년에 다시 도지사에 도전할 것인가.
"지난해 선거에 나올 때 1년 6개월 하고 서울로 가는 것이 아니라 5년 6개월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한 번 더 하는 것이 맞다. 재선에 도전하는 것은 저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명박정부 때 경남도지사를 무리하게 바꾸려고 한 적이 있다. 그러다가 결국 야당에 경남도지사 자리를 넘겼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게 되면 '박근혜정부'는 급속하게 레임덕으로 가게 된다. 친박의 문제가 아니라 범여권의 문제다. 안심할 구도가 아니다. 지방선거를 친박 중심으로 치르겠다고 대응하다가는 부산경남도 힘들 수 있다. 친박계 인사로 한정해서 후보를 냈다가 선거에 지면 바로 레임덕 상황으로 간다. 내년 지방선거는 이 정부가 탄력을 받아 나아가느냐의 기로에 있다. 광역단체장 후보는 전략공천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내년 선거에서는 범여권을 결집시켜서 박근혜정부의 2기 국정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친박으로 옹졸하게 치르면 참패할 수 있다."
-경남도지사 재선 도전에 성공한 후의 행보는.
"도지사 재선에 성공한 후의 행보는 그 후에 정리하는 것이 맞다.
경남 도정이 지난 10여 년간 피폐해졌다. 그것부터 하나하나 정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중앙정부의 모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를 맡고 있는 사람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에서 어떤 정책을 세우든 간에 지방정부는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세워서 중앙정부를 설득하고 그것을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중앙정부에서 던져주는 고깃덩어리나 받아 챙기는 것이 지방정부 수장으로서의 역할은 아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경남도의 프로젝트는 경남의 미래 50년이다. 경남은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시기 직전에 세워놓은 창원을 중심으로 한 방위산업과 기계공업, 거제를 중심으로 한 조선공업으로 지난 40년을 이끌어왔다. 경남을 여섯 개 권역으로 나눠 50년 미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신성장 동력과 산업구조 고도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영남권 더 나아가 남부권 신공항이 추진되고 있다.
"신공항은 있어야 한다. 서울에 있을 때도 적극적으로 신공항 건설에 찬성했다. 그러나 영남권 신공항을 두고 부산과 경남 대구가 싸우는 것은 안 된다. 부산시장과 대구시장에게 '국책사업이니까 국가에 맡기자. 다만 입지가 결정되면 소외된 지역에 걸맞은 국책사업을 정부가 주도록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리고 국가가 판단하면 거기에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부산 울산과 경남 및 대구경북까지 포괄하는 '남부경제권'은 수도권에 못지않은 2대 경제권이다. 남부권 신→공항은 반드시 필요하다. 공항이 있어야 세계 경제로 뻗어나갈 수 있다."
서명수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장동혁 대표 체제 힘 실은 TK 의원들
국힘 지지층 80% 장동혁 '당대표 유지'…중도는 '사퇴' 50.8%
李대통령, 이학재 겨냥? "그럼 '사랑과 전쟁'은 바람피는 법 가르치나"
장동혁 "당명 바꿀 수도"…의원 50여명 만나며 '쇄신 드라이브'
李대통령 "내가 종북이면 박근혜는 고첩…과거 朴정부도 현금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