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대구 남구 봉덕동 봉덕초등학교에 정복을 입은 여경 6명이 나타났다. 이들이 교실로 들어서자 학생들은 "우와"하는 탄성을 질렀다. 이들은 '범죄예방교실' 강연을 위해 초청된 대구 남부경찰서 소속 여경들이었다. 여경들은 4학년 각 반 교실에 들어가 학생들에게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보여주며 학교폭력이 얼마나 친구들을 아프게 하는 일인지를 설명했다. 그리고 설명한 것들을 토대로 퀴즈를 냈다. 퀴즈를 맞힌 학생들에게는 수첩세트와 같은 선물도 줬다.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강연이 끝난 뒤 여경들은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사인공세를 받기도 했다.
대구 남부경찰서의 여경들이 대구 남구지역의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학생들 앞에 나섰다. 남부경찰서는 올해 3월부터 여경 10명으로 이뤄진 '여경 강사요원 인력풀'을 운영, 대구 남구지역 초'중'고교를 돌며 학교폭력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남부경찰서가 '여경 강사요원 인력풀'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각 학교로부터 범죄예방교실 강의 요청이 올해 들어 부쩍 증가하면서 '어떻게 하면 효율성 있게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부터였다. 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황진희 경사는 "예전에는 경찰이 범죄예방교실을 열면 강당에 학생들을 모아놓고 강연하거나 교내방송을 통해서 강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우리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이야기하면 어떨까 하는 고민을 하던 중 '여경 강사요원 인력풀'을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인력풀은 남부경찰서 여경 중 참여를 희망하는 여경을 모집해 전문 강사를 통해 강의 기법 등을 교육한다. 교육을 이수한 여경들은 범죄예방교실 강의를 원하는 학교를 찾아가 각 반 단위로 강의한다. 강의 이전에 학교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해당 학교 학생들의 특성과 강조해야 할 부분을 파악한 뒤 강의에 들어간다.
여경들이 각 반에 들어가 강의를 시작하면서 학교폭력 방지에 대한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대구 남구지역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이 지난해 약 13%에서 올해 4%로 크게 하락했다. 그것보다 더 큰 효과는 학생들이 스스럼없이 경찰에게 학교폭력에 대한 상담을 받으러 온다는 것이다. 황 경사는 "최근 한 초등학교에 강연이 끝난 뒤 한 학생이 찾아와 '한때 자살을 생각했었는데, 여경 분들의 강의를 듣고 생각을 바꿨다'고 고백했다"며 "이 때 우리의 활동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고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여경들이 찾아간 학교에서는 이들이 '스타' 대접을 받는다. 사인공세는 물론, 같이 사진을 찍기도 한다. 특히 정복을 입고 앞에 선 여경들을 보고 경찰의 꿈을 키우게 됐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인력풀에 참가 중인 이경선 경장은 "학생들이 우리를 보고 경찰이 '무섭다'는 느낌을 지우고 친근하게 느끼는 모습을 보여줄 때 기분이 좋다"며 "순찰을 할 때나 학교를 방문하면서 학생들이 알아보고 인사할 때도 우리의 활동이 효과를 보여주는 것 같아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남부경찰서 여경 강사요원 인력풀은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은 남구지역의 학교를 방문해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범죄예방교실을 열 계획이다. 남부경찰서 박성훈 여성청소년계 계장은 "앞으로도 단순히 이벤트성 행사가 아닌 여경 강사 인력풀과 같이 상시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학교폭력을 포함한 4대 사회악을 근절할 방법을 고민하고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