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황혼 이혼

어느 부인이 퀴즈를 냈다. "세상에서 가장 추운 바다는?"이라고 묻자 남편이 자신 있게 "썰렁해"라고 답했다. 속으로 '제법이네' 하면서 "그럼,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바다는?" 하고 다시 물었다. 뜸을 들이던 남편이 무뚝뚝하게 답했다. "열바다!". 어느 날 동창회에 다녀온 아내가 벌컥 화를 냈다. 남편이 '동기들에 비해 좀 빠져서 그러냐'고 묻자 아내 왈 "남편 살아있는 애는 나밖에 없잖아!" 하더란다.

중년 남녀의 정서적 혼선을 풍자한 우스갯소리지만 이들의 대화는 냉랭한 위기 상황이라기보다는 그래도 곰삭은 애정이 묻어나는 경우다. 서로 말도 섞고 농담도 통하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 20년이 훨씬 넘고 50, 60대에 접어들면서 부부가 아예 따로 방 쓰고 말도 거의 않는 사례도 적잖다고 한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조사 결과 한국 남성의 45%는 다시 태어나면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여성은 고작 19%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배우자 만족도가 그만큼 낮다는 소리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20년 넘게 결혼 생활을 한 중장년층 부부의 '황혼 이혼' 건수가 신혼 이혼 건수를 처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이 펴낸 2013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이혼 건수 11만 4천여 건 가운데 황혼 이혼이 3만 234건으로 전체 이혼의 26.4%를 차지해 4년 차 미만 부부의 비율 24.6%를 넘어섰다. 일본의 경우 2007년 4월 '연금 분할' 제도가 시행되면서 황혼 이혼이 급증했다. 전업주부가 이혼할 경우 남편의 후생연금을 최대 50%까지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인데 '은퇴 남편 증후군'에 시달리던 주부들이 적극 이혼을 선택한 것이다. 동반자로서의 가치가 떨어진 거추장스러운 남편을 가리켜 '누레 오치바'(濡れ落ち葉'젖은 낙엽)나 버리는 데 돈이 드는 대형 쓰레기라는 뜻의 '소다이 고미'라는 용어까지 유행했다.

남성이 노후에 행복한 삶을 살려면 첫째는 와이프, 둘째는 아내, 셋째는 마누라가 있어야 한다는 농담이 있다. 여자 중심으로 살지 않으면 편안한 노후를 보장할 수 없다는 소리처럼 들린다. 부창부수(夫唱婦隨)도 이제는 옛말이다. 부창부수(婦唱夫隨)의 각오가 없다면 '곰국 신세'는 시간문제다. 남성이 황혼 이혼의 위기를 피해갈 수 있는 지혜를 적극 찾아야 할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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