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은 책을 통하여 추억을 쌓지만 어른들은 산행을 하며 추억을 쌓는다고 한다.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선선해진 날씨로 가을 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늘고 있다. 아름다운 경치와 맑은 공기를 만끽하고자 하는 등산 애호가들에게 가을은 산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가을 단풍이 시작되면 더욱 좋은 경치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을철에 산행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았을 때에는 다른 계절보다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자칫 간과하기 쉬운 때이기도 하다.
많은 사찰이 소재한 팔공산과 경치가 으뜸인 앞산, 비슬산, 주왕산 등 대구경북에는 해마다 전국에서 많은 산악인들이 몰려 산악사고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산악사고는 가을철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특히 산행객이 많은 주말에 산악사고의 절반 이상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대구지역 산악안전사고 발생자는 628명이며 그중 10, 11월 사고 발생자가 141명에 이른다. 무리한 등산으로 인한 탈진과 무릎부상, 등산로 이탈이 대부분이다.
산악사고는 '설마!' '내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다 발생한다. 그렇다 보니 등산 전에 산악사고에 대비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등산을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산행에 나설 경우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산악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높고 험한 산뿐만 아니라 가깝고 낮은 산을 오를 때에도 철저한 준비와 산행요령 및 안전수칙을 미리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등산 장소의 날씨와 산의 상태를 파악해서 산행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자신에게 알맞은 코스 선택과 산행에 적합한 장비와 복장을 준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 산에 도착해서는 오르기 전 충분하게 몸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등산로 입구에서 산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이 별다른 준비운동 없이 산행을 시작한다. 준비운동으로 몸이 풀렸다면, 몸이 서서히 더워지도록 예열과정이 필요하다. 예열과정이란, 산행시작 후 30분까지는 되도록 천천히 근육이 등산에 적응되도록 시간적인 배려를 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산행 중 위험에 처했거나 조난을 당했을 경우에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 후 신속히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만약 위급상황을 맞는다면 당황하지 말고 '119산악위치판'을 활용해서 신속히 119에 신고하여야 한다. '119산악위치판'에는 위치에 대한 고유번호가 부여되어 있다. 또한 사고 장소의 정확한 위치파악이 가능한 '국립공원 산행정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전국 9개 국립공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고, 손쉽게 조난신고도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산행 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넷째, 산악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해가 지기 한두 시간 전에 마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의 계절적 특성상 가을은 절기가 추분을 지나면 낮의 길이가 급격히 짧아지고 낮과 밤의 일교차가 극심해지는 등 각종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가을철 산악사고 통계를 보면 짧아진 일조시간으로 인한 조난사고가 다른 계절에 비해 크게 증가한다. 야영이나 숙박을 계획하지 않은 당일 산행이라도 보온의류, 비상식량, 손전등 등을 반드시 준비해서 산행에 임해야 한다.
올바른 등산을 위해서는 정상에 이르기 위해 조급한 마음을 갖기보다는 항상 겸손한 자세로 기본에 충실한 산행을 해야 한다. 또한 등산은 자연을 통하여 일상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산을 통하여 겸손을 배워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한 발짝 옮길 때마다 세속적인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산행을 한다면 산은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몸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고 안전수칙 준수를 통하여 올가을 산의 진한 향기 속에 빠져보기를 기대한다.
김태한/ 대구서부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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