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청과 중구문화원이 대구 출신 작곡가 현제명 노래비 건립을 두고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 중구문화원은 한국 음악에 큰 업적을 남긴 현제명의 노래비를 그의 모교인 계성학교와 가까운 대구 중구 동산동 '청라언덕'에 세우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중구청은 친일파 논란을 빚고 있는 현제명의 노래비를 3'1만세운동길과 가까운 청라언덕에 세우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청라언덕 주장하는 중구문화원
현재 청라언덕에는 대구 출신인 박태준 노래비가 있다. 노래비에는 박태준이 작곡한 '동무생각'의 가사가 적혀 있다. '동무생각'은 학창시절 청라언덕을 오가며 마주쳤던 신명학교 여학생을 그리며 박태준이 만든 노래. 신명학교(현 신명고등학교)는 청라언덕 아래에 있다. 이런 이유로 중구문화원은 2009년 청라언덕에 박태준 노래비를 세웠다. 현재 청라언덕은 중구청의 대표 사업 '대구 근대골목 투어' 코스의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명소가 됐다.
중구문화원이 추진하고 있는 현제명 노래비 건립 장소는 박태준 노래비 옆 청라언덕이다. 1903년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태어난 작곡가 현제명은 가곡 '고향생각' '산들바람' 등 고향 대구를 떠올리며 많은 노래를 만들었다. 청라언덕은 현제명이 모교인 계성학교에 가기 위해 수없이 지났던 곳. 중구문화원이 청라언덕을 현제명 노래비 건립 장소로 낙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근 제일교회에는 '현제명 나무'도 있다. 그가 소년 시절 성가대 활동을 하며 음악적 소양을 키운 곳이 제일교회이기 때문이다.
김덕영 중구문화원 원장은 "현제명의 친일 이력은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한국 최초의 오페라인 '춘향전'을 작곡하는 등 그가 한국 음악사에 남긴 업적은 존경받아야 한다"며 "그의 흔적이 깃든 청라언덕에 노래비를 세우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회의적 시각인 중구청
중구청은 현제명의 음악적 업적에 공감하면서도 청라언덕에 그의 노래비를 건립하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청라언덕에는 1919년 3'1만세운동을 준비하던 학생들이 일본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지나갔다는 '3'1만세운동길'이 있으며 현제명 노래비를 세우려는 곳 바로 옆에는 '3'1운동역사관'이 운영되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현제명은 친일 활동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인물로 항일의 역사가 깃든 청라언덕에 그를 기념하는 노래비를 세우는 것은 시민들의 공감대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노래비 건립 장소가 청라언덕이라는 점도 중구청이 우려하는 것 중 하나다. 중구청은 그간 골목투어를 진행하면서 청라언덕을 박태준의 음악적 감수성을 키워준 곳으로 소개해왔다. 때문에 '박태준의 청라언덕'으로 주목받고 있는 장소에 현제명의 노래비를 세운다면 관광객들이 혼동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구청이 청라언덕 대신 현제명 노래비 건립 장소 대안으로 제시한 곳은 제일교회 100주년 기념관 옆이다. '현제명 나무'가 지척에 있어 연결고리 역할도 충분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중구문화원은 "제일교회 옆은 외진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기 어렵다"며 "또 청라언덕은 박태준만의 것이 아니다. 현제명, 화가 이인성 등이 예술혼을 불태운 곳으로 향후 청라언덕을 지역 예술가들의 활동 무대로 재조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李대통령, 취임 후 첫 출국…G7 정상들과 양자회담 주목
TK가 공들인 AI컴퓨팅센터, 정권 바뀌니 광주 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