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필귀정] 민주당은 트위터 보고 투표했나?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질'은 대통령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민주당의 뺨을 제대로 때려줬다. 그래서 민주당은 지금 마음껏 울고 있다. '팔로어'(follower) 부족으로 멍석을 걷었던 장외투쟁의 좌판도 새로 열고, "지난 대선 결과가 승복할 수 있는 것이었느냐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설훈 의원), "신(新)관권 부정선거로 규정할 수 있는 상황"(박영선 의원),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이다"(문재인 의원)라며 대선 불복 카드를 다시 만지작대고 있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지려야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졌는데 알고 보니 그 원인이 국정원의 '댓글질'과 '트위터질'이었다니 왜 그렇지 않겠는가.

자, 그러면 여기서 물음 하나를 던져보자. 과연 민주당의 대선 패배가 댓글과 트위터 글 때문이었을까. 민주당은 그렇다고 하지만 이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보는 소망적 사고의 전형이다. 기자는 지난 8월 8일 자 매일신문의 '여러분, 댓글 보고 투표했습니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지지 후보의 결정에는 수많은 요인이 작용한다. 댓글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댓글이 다른 요인보다 영향력이 더 컸다고 단정할 객관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검사동일체 원칙'을 파기하고 '검사동등체 원칙'이란 신기원을 연 '항명' 검사가 발굴해 낸 국정원의 트위터질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트위터글 때문에 졌다는 민주당의 믿음은 선거의 승패를 결정하는 수많은 요인 가운데 트위터글을 결정적 요인으로 간주하는 편견이라는 얘기다. "제가 댓글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것인가요?"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에 "그거야 모르지요. 계량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라고 한 김한길 대표의 반박 논리는 이런 편견의 자기 폭로이다. 댓글의 영향력을 계량(計量)할 수 없다면 트위터글 역시 계량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대선 패배가 댓글과 트위터글 때문이라면 그 영향력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을 압도했음을 민주당은 계량해 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민주당의 주장을 입증하려면 댓글질과 트위터질을 못하도록 국정원 직원들의 손을 묶어놓고 대선을 다시 해봐야 한다. 그렇게 해서 민주당이 이겼다면 댓글과 트위터글 때문에 졌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성립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런 실험은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주장은 진짜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원인을 짜맞춘 그럴듯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민주당의 주장이 안고 있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 유권자를 외부에서 주입되는 정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빈 서판'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매우 모욕적이다. 인간은 외부 정보를 여과 없이 수용하기도 하지만 거부하기도 한다. 과연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에 직접 올렸거나 리트윗(재전송)한 5만 5천689건의 글 중 박근혜 지지'찬양의 글은 박근혜 찬성표로, 문재인과 안철수 반대'비방글은 문재인 반대표로 고스란히 이어졌을까?

민주당의 주장은 그렇게 들린다. 그렇다면 물어보자. 김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은 그런 식으로 투표했나?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무슨 근거로 다른 유권자들은 댓글이나 트위터글이 암시하거나 유도하는 대로 이끌렸다고 단정하나? 트위터글에 반발심이 일어 반대로 투표한 사람도 많았을 것이라고는 왜 생각하지 못하나? 자신들은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깨어 있는 인간이고 다른 유권자들은 무지몽매(無知蒙昧)한 군중인가?

물론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물론 개입했는지 여부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하려 한 것은 댓글과 트위터글의 영향력 여부와는 별개의 중차대한 문제다. 그러나 이는 해당 국가기관의 임무와 역할 재정립으로 연결시켜야 할 사안이지 대선 불복으로 '오버'할 문제는 아니다. 객관적 증거도 없고 타당성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당은 대선 불복은 아니라고 한다. 댓글과 트위터글 때문에 졌다고 입에 거품을 물면서도 말이다. 기묘한 수사(修辭)이다. 하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포기'라는 말이 없으니 'NLL 포기'는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어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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