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살 때 지인으로부터 벌통 하나를 얻었다. 그 벌들이 내 인생의 개척자 역할을 했다. 우연하게 취미로 시작한 양봉이 32년 동안 꿀벌과 함께 살아오며 성스러운 자연의 모습과 겸손을 배웠다. 꿀벌의 생명력인 '프로폴리스'를 연구하면서 '이 세상에 꿀벌이 사라지는 날이 온다면?'이라는 고민에 휩싸였다. 결국 '프로폴리스'를 대안으로 선택하게 하였다. 아무리 힘든 길이지만, 후세를 위해 누군가 '친환경의 길'을 가야 한다면, 내가 지고 가야 한다는 사명감이다. (상주시 공무원 신인석 씨의 일기 중)
상주는 전국 최고의 곶감 명문 고장이다. 전국 최대의 생산량, 가공기술, 품질 등 모든 면에서 당연히 으뜸이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최고의 '명품곶감'생산에 도전한 사람이 있다. 상주시 신인석(51'산림공원과) 주무관이 주인공이다. 그는 상주 곶감에 프로폴리스를 접목해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상주곶감'을 만든 주인공이다.
신 씨는 지난 3월 대구한의대학교 대학원에서 'Propolis로부터 생리활성물질 분리 및 이들 화합물의 약물중독에 관한 연구'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프로폴리스는 꿀벌이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여러 식물에서 뽑아낸 수지(樹脂)와 같은 물질에 자신의 침과 효소 등을 섞어서 만든 물질"이라고 설명한다. 주요 효능은 세포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여 항암 작용과 항염'항산화'면역증강 등이다.
신 씨는 "프로폴리스는 인간이나 현대과학이 합성할 수 없는 물질이다. 북미나 유럽, 오세아니아에서도 꿀벌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GMO(유전자 조작식물)의 꽃가루를 꿀벌이 효소작용으로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자연물질의 효소분해 능력은 수천 년에 걸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경야독' 프로폴리스 연구
신 씨는 합성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저온숙성 냉동여과 공법'으로 프로폴리스 제조기술을 개발한 국내 유일한 사람이다. 낮에는 공무원으로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에는 프로폴리스 연구에 매달렸다. 프로폴리스 공부를 한 지 2년 만에 석사, 4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프로폴리스 연구학자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워낙 조용한 성격에다 학자도 아니고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이다.
신 씨는 "퇴근 후 일주일에 두 번 대구한의대까지 가서 연구하는 일은 웬만한 결심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정도로 힘든 여정이었다"고 심경을 밝힌다. 박사학위 지도교수인 대구한의대 안은미 교수(약선식품브랜드화사업단 부단장)는 "성실하고 열정적이신 분이다. 일주일에 두 번씩 꼭 연구실로 나와 젊은 학생들과 어울려 자신만의 연구를 하는 등 모범을 보였다"고 평가한다. 특히 "상주곶감에 대한 애정이 워낙 강해 프로폴리스를 곶감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면서 혁신적이고 치밀한 연구 자세는 주변의 본보기가 됐다"고 한다.
신 씨는 "2, 3년마다 부서를 옮겨 다니는 공무원의 특성상 한 가지 프로젝트에 전념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지금 되돌아보니 제가 가진 기술과 경력을 양봉단체에 무상지원할 수 있었던 것이 저 자신에게 큰 행운이었다"고 회상한다.
◆상주곶감과 프로폴리스의 만남
신 씨의 프로폴리스 곶감은 이산화황 훈증을 하지 않고 생산한 우리나라 최초의 친환경 곶감이다. 대부분의 곶감 농가에서 곶감을 만드는 과정 중 시행하는'황훈증'을 하지 않고서도 곶감에 발생하는 곰팡이를 친환경적으로 억제하는 특허기술을 영농법인과 농가에 제공하고 있다. 프로폴리스 추출물이 황훈증을 하는 것보다 81배의 진균 억제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응용하여 명품 프로폴리스 곶감을 탄생시킨 것이다.
프로폴리스 곶감은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2011년까지 서울지역 백화점에 1개당 1만2천원에 납품했다, 비싼 가격에도 물량이 달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프로폴리스 곶감이 인기를 얻자 신 씨는 지난해부터 대중화에 나서고 있다. '저온 여과숙성 추출법'을 통해 프로폴리스 추출액을 충분히 확보, 속리산 프로폴리스 영농조합법인을 통해 원가를 낮춰 개당 2천500~3천원 선의 프로폴리스 곶감 생산에 성공했다.
지난해 설날 때 대구백화점에 24개들이 2천 상자를 납품했다. 신 씨는 박사학위 취득 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월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한국생명응용화학회에 프로폴리스와 약물중독(코카인'알코올) 금단증상 해소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대표 생산자 협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 '한살림연합회'에 프로폴리스를 납품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엔 곤충의 고장인 예천군에 '예천 바이오 프로폴리스'를 만들어 공급했다. 요즘 신 씨는 국산 프로폴리스의 세계적 명품화를 꿈꾸고 있다. 그는 "프로폴리스는 황금보다도 더 폭발적인 미래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