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창조가 미래창조다] <16> 단체장 공천, 지역경제 장애 요인

새누리 일당 구조 고착화…"사업하려면 入黨부터 먼저" 자조

'무늬만 지방자치, 무너지는 지방 자주권'.

정당공천제가 지역 사회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방선거 때마다 중앙 정치권의 잣대와 입맛에 맞는 후보들을 낙점하는 낙하산식 공천의 폐해가 이어지면서 '지방을 알고, 지방을 살릴 수 있는' 후보들의 지방 정치권 입성이 힘든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이 지역 정치의 중앙 예속을 강화시키는 차원을 뛰어넘어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중앙에 대한 종속성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일당 구조의 정치 편향을 가진 대구경북의 경우 지역 사회 전반에 걸쳐 정치권과 교감이 없으면 주류로 편입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지역 정치권은 "어려움에 빠진 지방 경제뿐 아니라 문화, 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지방의 자주권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 전문가들이 지방선거를 통해 단체장이나 지방의회에 진출해야 하지만 정당 공천의 폐해 탓에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경제 발목 잡는 정당공천

대구는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18년째 전국 꼴찌 불명예를 얻고 있다. 지역경제는 갈수록 피폐해지고 젊은이들은 고향을 떠나 객지로 나가고 있다. 지방선거 때가 되면 모든 후보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지역경제는 나아질 기미가 별로 없다.

지역민들은 "경제를 발전시킬 만한 능력이 있는 인물이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하지만 정당공천제가 있는 한 이 같은 바람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다.

중앙정치권의 낙하산식 공천제로 변질한 정당공천제 때문이다.

대구경북은 새누리당의 텃밭이지만 정작 국회의원 선거 때면 지역 사정을 잘 모르는 인물을 공천해 '무늬만 대구경북 국회의원'을 만들곤 했다.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되는 정치 구조로 인해 중앙당에서 후보의 경쟁력보다는 이른바 '전략 공천'이란 이름을 내세워 유권자보다는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는 후보를 공천해 왔다.

이런 국회의원들은 지방선거 때가 되면 으레 능력을 떠나 자기 사람 심기에 관심을 쏟아왔다. 결국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은 후보의 상당수는 능력이나 자질보다는 국회의원과의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지역 정치권 인사들은 "광역의원의 50% 이상이 선거 때면 공천에서 떨어져 물갈이되다 보니 지방의회 전문성이 떨어지고 집행부 견제나 지역사회 발전 방안 제시 등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렇게 공천을 받아 기초단체장, 기초의원이 되면 선거 때 도움을 받았던 새누리당을 외면할 수 없다. 각종 이권 사업에 새누리당 관련 인사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탓이다.

지역의 한 중견 사업가는 "대구경북에서 사업을 하려면 새누리당과 인연이 없으면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 이 같은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면 곧장 공격이 들어온다.

새누리당 소속의 한 전직 기초단체장은 당선 이후 의도적으로 당 관련 인사의 청탁, 이권 개입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돌아오면서 갖은 험담을 들어야 했고 결국 재공천을 받는 데 실패했다. 이 단체장은 "정도를 걷는다는 생각에 각종 청탁을 거절했지만 결과적으로 험담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고 말했다. 대구시내 한 간부 공무원은 "청에서 물품을 구입할 때면 새누리당 관련 인사들이 부탁하는 물품을 구매하라는 요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 기초의원은 "상인들은 개업 전에 새누리당 입당부터 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특정 정당이 정당공천제를 무기로 지역 경제 이권에 개입하면서 지역 기업의 경쟁력이 점점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기업인은 "정부나 지자체의 각종 지원금을 비롯해 인허가 업무나 영업 등에 있어 자치단체를 무시할 수 없고 자치단체는 결국 정치권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며 "후진적인 정당공천제가 결국 지방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한가지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사회 발전 저해

'○○○ 기관장은 ○○○ 국회의원과 친분이 있다.' '○○○ 회장은 국회의원 ○○○와 중학교 동문이다.' 지역사회에서 흔히 듣는 얘기다. 지역의 관변 단체나 문화 관련 단체의 수장 중에서 정치권력과 인연이 없는 인물이 거의 없다.

정치권력과 인연이 없으면 이들 단체의 장을 맡을 생각을 아예 버려야 한다. 특히 관변단체의 경우 새누리당 정치권력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장으로 만들고 해당 인사도 정치적으로 뭔가를 기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 전체적으로 중앙 정치권력 종속화가 가속되고 자율성이 결여된다. 실제 남부권 신공항 건립 요구의 경우 지역민들에게는 큰 호응을 얻지만 지역 정치인들은 상대적으로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게 공천을 준 국회의원이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청와대 눈치를 보고 행동을 주저하고 있고, 이 같은 정서가 자신들이 공천을 준 지역 정치권에 고스란히 흘러들어 간다. 이처럼 지역민은 강하게 요구하지만 지역 정치권은 외면하는 이상한 행태의 밑바탕에는 정당공천제 문제가 걸려 있다.

영남대 김태일 교수(정치외교학)는 "지역의 사회, 문화, 경제, 교육, 복지 문제는 이 지역에 기반해 이 지역 중심 사고로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현재는 중앙정치권의 눈치를 봐야 하는 탓에 지역민의 이해관계와 다르게 진행되는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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