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베테랑·불펜의 뒷심…홈팬들 앞에서 대역전극

고참들 고비마다 '한방' 위기 탈출…오승환·안지만·차우찬 불펜 필승조

한국시리즈(KS)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은 "생애 최고로 기억되는 시리즈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 말 속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었다. 여태 아무도 해내지 못한 정규시즌'한국시리즈 3년 연속 우승의 감격을 누리겠다는 포부, 그리고 이번 시리즈에 나설 사자군단이 '최고'가 아닌 '최상'의 선수로 짜였지만 최선을 다해 멋진 경기를 펼치겠다는 다짐이었다.

1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를 7대3으로 꺾고 마침내 우승트로피에 입을 맞췄을 때 류 감독은 어느 때보다 흥분해 있었다. "약속을 지켜 기쁩니다." 류 감독 손으로 빚어진 프로야구의 새 역사, 진정한 '삼성 왕조'의 천명은 모자람과 어려움을 극복했기에 더 빛났고 진한 감동을 안겼다.

◆위기서 빛을 낸 경험

삼성은 순탄할 것 같았던 KS 3연패가 예상과 달리 흐르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4위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치러 올라온 두산에 비해 유리한 게 많았다. 앞선 두 번의 우승 경험, 게다가 KS에 직행한 삼성은 지칠 대로 지친 두산에 비하면 힘이 넘쳤다.

그러나 삼성은 두산의 뚝심에 잠시 넋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1승3패를 당해 벼랑 끝에 내몰렸다. 1승3패 팀이 KS 정상을 밟은 전례가 없어 삼성은 더 초조했고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통합 3연패를 꿈꿨던 삼성은 되레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4위팀의 KS 제패 제물로 전략할 수치스런 처지에까지 몰렸다.

삼성 선수들은 이런 분위기에 익숙지 않았고 류 감독은 부임 후 최대 위기와 맞닥뜨려야했다.

삼성엔 기적이 필요했다.

그때 벼랑 끝 탈출의 동아줄은 선수들 몸에 각인된 우승의 경험이었다. 삼성은 1승3패서 5~7차전을 내리 승리하며 극적으로 정상에 올라섰다.

삼성은 2000년대 들어 지금까지 가장 많은 우승 경험이 있다. 2002년 달구벌에서 일군 감동의 우승 이후 2005년과 2006년에는 연거푸 KS 정상에 올랐다. 2010년 SK에게 4연패를 당하며 준우승을 했지만 2011년 리턴매치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빚을 되갚았다. 지난해에도 삼성은 역시 마지막 승부에서 웃었다. 2009년을 제외하고 '가을 야구'에 빠지지 않으며 쌓은 수많은 변수와 그 대처법 등 몸으로 체득한 큰 경기 경험은 이번에도 팀이 가장 위기에 처했을 때 승리를 엮는 단단한 동아줄이 됐다. 시리즈의 분수령이 된 5차전. KS 50경기째에 나선 베테랑 박한이는 5대5로 맞선 8회초 2타점 적시타로 위기탈출은 물론 승부를 대구로 가져오며 승리의 디딤돌을 놨다. 앞서 14타수 1안타의 빈타를 겪었지만 베테랑의 이 한 방은 두산에 기울었던 우승 기운을 삼성으로 돌려놓는 단초가 됐다.

이미 두 차례 우승을 맛본 류중일 감독도 두산이 6, 7차전에 대비해 투수들을 저축하는 동안 6차전서 장원삼을 제외한 모든 투수를 당겨쓰는 강수로 위기서 탈출하는 노련함을 선보였다. 큰 경기 경험에서 쌓은 딱 한 수가 통합 3연패를 이뤄내는 비법이 됐다.

◆진짜 MVP는 불펜

삼성은 이번 시리즈서 타선의 침묵과 선발진의 부진으로 내내 고전했다. 그러나 2011, 2012년 우승의 밑거름이 됐던 삼성 불펜은 이번에도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고 'V7'의 버팀목이 됐다.

안지만, 심창민, 롱 릴리프로 나선 차우찬까지, 삼성 불펜진은 마운드의 허리를 확실하게 책임졌다. 또한 마무리 오승환도 건재를 과시하며 승리의 방점을 찍었다.

오승환은 이번 시리즈서 '왜 오승환인가'를 다시 한 번 마운드서 증명했다. 2차전서 무려 4이닝이나 던지다 연장 13회초 두산 오재일에게 솔로포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지만 이어진 3차전에 어김없이 등판해 팀의 3대2 승리를 지켜냈다. 삼성이 두산에게 연승을 거두며 시리즈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5, 6차전에서도 오승환은 팀의 뒷문을 걸어 잠갔다.

4차전에서는 차우찬이 2회 두 번째 투수로 나와 6⅓이닝 동안 100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 투혼을 펼쳤다.

불펜투수들의 투혼은 팀 전체를 일으켜 세운 원동력이 됐다.

5차전에서는 필승조 안지만이 3회부터 구원등판했고, 2차전 선발이었던 밴덴헐크가 구원으로 나와 2이닝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오승환의 마무리로 기사회생에 성공했고, 6차전에서는 투수 9명을 총동원하며 승리를 했다.

마지막 7차전에서도 승부처에서 안지만-차우찬-오승환으로 이어지는 불펜 필승조가 승리를 지켰다. 특히 안지만-차우찬-오승환은 KS 7경기 중 5경기에서 등판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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