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학교(학교법인 영광학원) 사태(본지 2일 자 1면 보도)가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홍덕률 전 총장이 차기 총장 후보로 당선되고도 종전 재단 이사 측의 반대로 이사회 임명을 받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기점으로 영광학원 내의 대학 구성원 측과 종전 재단 측의 갈등은 커지고 있다.
이달 1일 영광학원 이사회가 종전 재단 측 이사들의 불참으로 무산되면서 영광학원 내 학교'기관들의 운영은 앞으로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대구대 신임 총장 임명이 불발된 것을 비롯해 대구사이버대 총장은 8개월째, 대구광명학교장과 대구보명학교장은 각 3개월째, 영광학원 내 개방이사는 1년 가깝게 공석 상태다.
교육부는 지난달 23일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을 경우 임원 간의 분쟁 등을 사유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경고성 공문을 영광학원에 보냈다. 대구대 사태에 더 이상 해결 기미가 없다고 보이면 교육부는 정이사를 해임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학교법인 영광학원 정상화를 위한 범대책위원회(범대위)는 3일 성명서를 통해 "교수와 직원들의 총의로 당선된 총장 후보자를 인준하지 않을 명분이 종전 재단 측 이사들에게는 없다"며 "영광학원의 기관장 공석 사태와 영광학원 이사회를 정상화하라는 교육부의 명령 미이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종전 재단 측 이사들은 당장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대구대 총학생회비상대책위원회와 총대의원회도 4일 기자회견을 갖고 "총장이 없는 대학은 국가장학금 지원대학에서 빠질 수가 있으며, 나아가 부실대학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며 종전 재단 측 이사 사퇴를 주장했다.
광명'보명학교 학부모들은 지난 8월 말 이후 대구대 대명동캠퍼스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종전 재단 이사들에 의해 중임이 거부된 전임 교장들의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이달 1일 이사회장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특수학교 내 시설 개선 등이 시급한데 교장선생님이 없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달 중 교육부 상경 집회는 물론 등교 거부까지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종전 재단 측의 반발도 만만찮다. 총장 직선제에 반대해 온 종전 재단 이사들은 이사회가 무산된 1일 서울에서 모임을 갖고 강영걸 교수(산업복지학과)를 또 다른 총장 직무대행으로 정해 학교법인에 일방 통보했다. 대구대 정상화를 위한 교직원 공동대책위원회도 같은 날 "대구대를 분규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홍 총장과 연계한 범대위가 학생과 학부모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대구대를 분규대학으로 만든 뒤에 교육부를 선동해 자신들이 원하는 이사를 파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대 사태는 현 시점에서 극적 타결의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사태가 지속될 경우 대구대는 조선대처럼 재단 정상화 이후에도 이사 간 갈등으로 극렬한 학원 분규를 겪으며 대학 발전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최근 대학평가를 통한 정원 감축을 공언한 이래 대학마다 학과'정원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총장 공석 상태의 장기화는 대구대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지방 대학들마다 앞으로의 생존 전략을 짜느라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대구대 같은 대형 지방사립대가 지금처럼 학내 갈등에 묶여 있다가는 앞날을 기약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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