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의 관심사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수능시험을 앞두고 긴장했던 수험생과 가족들이 한숨을 돌리는 것도 잠시, 이제 복잡한 입시 제도와 마주해야 한다. 수험생과 학부모를 향한 대학들의 구애도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대학들은 수험생과 학부모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 취업률을 비롯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를 알리는 데 여념이 없다. 그런데도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만족할 만한 입시 정보를 얻지 못해 아우성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의 미디어 전략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일이다.
트리플 헬릭스 모델(Triple Helix Model)은 사회현상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진화를 서술하고 설명하기 위해 최소 3개 요소들을 분석한다. 그리고 3개 단위들 간 상호작용의 과정과 구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요코야마 류지의 '트리플 미디어 전략'에 따르면, 트리플 미디어는 '페이드'(Paid) 미디어, '온드'(Owned) 미디어, '언드'(Earned) 미디어이다. 페이드 미디어는 구매 가능한 미디어로서, 신문, 방송, 포털 등의 광고가 이에 해당한다. 온드 미디어는 개인이나 기업이 직접 보유한 것으로, 여기에는 홈페이지와 SNS, 오프라인의 잡지와 카탈로그 등이 있다. 언드 미디어는 돈을 지불하거나 직접 운영할 수 없는 것으로, 신문이나 방송 보도, 사람들의 입소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오늘날과 같은 디지털 사회에서는 게시판의 포스팅과 SNS 댓글도 빠르게 언드 미디어가 되고 있다.
실제로 특정 정보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선 트리플 헬릭스 순환을 거친다. 페이드 미디어는 어떤 정보의 인지도를 높여서 온드 미디어나 언드 미디어로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온드 미디어에서는 관여도가 낮은 사람들과의 감성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그 사람들의 주목도를 끌어올린다. 온드 미디어에서 획득한 정보에 관심도가 높아진 사람들은 언드 미디어에서 자발적으로 정보를 확산하고 퍼트린다. 이와 같은 트리플 헬릭스 선순환 과정을 통해서 해당 정보의 신뢰성은 높아지고 좋은 소문이 생긴다.
한국 대학들은 페이드 미디어에만 집중한 나머지 온드 미디어와 언드 미디어의 이용자와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스페인 국립연구소의 아길로(I. Aguillo)에 따르면, 한국 대학들은 트리플 미디어 전략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전 세계 대학들의 웹보메트릭스 랭킹 조사에서 한국 대학들은 온라인 연결망을 확대하는 데 실패했다고 분석하였다. 그만큼 한국 대학의 미디어 전략이 폐쇄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폐쇄적 전략은 온드 미디어와 언드 미디어 사이의 상호작용 기회를 차단한다.
반면 해외의 선진 대학들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트리플 미디어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의 미시간대가 흥미로운 웹사이트를 공개했다. MSU Scholars(http://scholars.opb.msu.edu)는 가능한 모든 연구 인력의 프로필을 조사하여 최근 논문, 연구 경향, 출간 저널, 외부 연구비, 교내외 공저자 연결망, 인접 분야의 연구자 현황을 '인포그래픽'으로 공개했다. 미시간대는 이 사이트의 목적이 자신이 위치한 도시와 지역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과 국제 사회와 교류하고 학생, 학부모, 비즈니스 커뮤니티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이트의 운영 주체가 기획예산처라는 것을 보면, 미시간대는 이런 온드 미디어를 잘 이용해 학교 재정의 개선까지 시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른바 '주목경제'(Attention Economy)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는 공기처럼 자연적으로 순환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통하여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사회에 확산된다. 따라서 사람들의 관심이 어떤 미디어에 머물러 있고 미래의 이동 경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한국의 대학들이 가장 고심하는 것이 우수한 학생의 유치와 외부 자금의 유입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수많은 대학 사이에서 주목도를 높일 수 있도록 트리플 미디어의 접점을 확대해야 한다.
박한우/영남대 교수·아시아트리플헬릭스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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