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피 한 방울, 의료혁명의 씨앗] <1>현대의학의 딜레마, 암

CT도 2달 걸리는 암, 피 검사로 잡아내자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 최첨단 암 진단장비가 개발되고 있지만, 검진 비용이 비싸고 암 조직이 일정 이상 커졌을 때만 진단이 가능해 조기진단 기술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매일신문 DB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 최첨단 암 진단장비가 개발되고 있지만, 검진 비용이 비싸고 암 조직이 일정 이상 커졌을 때만 진단이 가능해 조기진단 기술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매일신문 DB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의 동물실험실. 이곳에서는 1만5천 마리의 쥐를 키우면서 암세포를 주입하거나 치료제를 투약하면서 암과 뇌질환 등을 연구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의 동물실험실. 이곳에서는 1만5천 마리의 쥐를 키우면서 암세포를 주입하거나 치료제를 투약하면서 암과 뇌질환 등을 연구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인간의 행복은 어디에서 올까. 돈, 명예, 사회적 지위, 사랑, 건강, 가족, 친구….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거꾸로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돈이 없거나 사랑이 없거나 친구가 없어도 불행하지만 무엇보다 건강하지 않으면, 특히 치유하기 어려운 질병에 걸린다면 그만큼 불행한 일도 없을 터다.

100세 시대, 고령화시대를 맞아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현대인의 가장 큰 소망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본지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질병을 조기에 진단해서 치료하는 '다중진단'을 주제로 한 기획물 '피 한 방울, 의료혁명의 씨앗'을 10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암, 극복할 수 있나

현대의학에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은 암이다. 현대인들은 대다수 암 진단을 받으면 치료나 극복의지를 나타내기보다 먼저 죽음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현대의 질병 가운데 가장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전립선암, 갑상선암, 유방암 등 일부는 진행이 느리고 생존율이 높지만, 대다수 암은 전이 속도가 빠르고 생존율이 크게 낮다.

특히 암 진단검사 방식과 치료에 한계를 갖기 때문에 초기에 암 의심 진단을 하더라도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을 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암세포가 상당수 전이돼 치료시기를 놓치기 일쑤다.

김인후 국립암센터 대학원장(전 연구소장)은 "대다수 암은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암 의심 진단을 하더라도 조직의 크기가 일정 이상이 돼야 조직검사를 할 수 있다"며 "조직검사 뒤에야 비로소 암 확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암과 관련해서는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암 진단검사 방식으로는 조직검사, 피검사, 영상판독 등이 있지만, 결국 암 조직의 일부에 대한 조직검사를 통해야만 최종 확진을 할 수 있다. X선,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 첨단장비를 통해 암 의심 진단을 하더라도 결국 암 조직이 1㎝가량 돼야 조직검사를 통해 암 발병 여부를 확정지을 수 있다는 것. 특히 혈액암의 경우 피검사를 통해서만 진단할 수 있고, 폐암의 경우 물이 있는 조직만 촬영 가능한 MRI로는 진단이 불가능하고 CT로만 진단이 가능하다. 게다가 의료기관이 CT를 통해 폐암 진단을 하더라도 조직검사를 통해 폐암이 아닌 것으로 최종 판명날 경우 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료조차 받을 수 없어 진단을 꺼리는 실정이다.

◆암 진단과 치료의 한계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암세포 1개가 1㎝가 되려면 30회의 세포분열을 통해 10억 개의 암세포가 생겨야 하는데, 이 과정에는 두 달가량이 걸린다. 결국 CT 등을 통해 0.5~1㎜의 암 의심 조직을 발견하더라도 암 확진을 위해서는 조직의 크기가 1㎝가 되는 기간인 두 달이 걸리는데다, 암 확진 후 20일 만에 암 조직이 10㎝로 급속히 커지는 바람에 치료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 암은 일반 질병과는 다른 특별한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조기에 진단하기 어려운 맹점을 안고 있다.

김인후 국립암센터 원장은 "폐암은 기침이 잦고, 위암은 통증이나 소화불량, 간암은 피로감과 무력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감기나 다른 일반적인 질환 증상과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만큼 진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암 확진을 한다 하더라도 치료 측면에서도 기술적인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암 치료는 크게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제 치료 등이 있지만 수술의 경우 암이라는 확진이 전제돼야 하고 일정 시기가 지나면 수술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혈액암은 아예 수술이 불가능하다. 가장 강력한 치료는 방사선 치료이지만, 이 방식은 암세포뿐 아니라 주변의 정상적인 다른 세포까지 죽이는 부작용이 있다. 최근 3차원 입체방사선 치료와 양성자 치료를 통해 암 부위 세포만 죽이는 기술이 개발됐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혈액암 등에 사용되는 항암제 치료 또한 피부나 머리카락 등 계속 성장하는 조직까지 죽이는 맹점이 있고, 인체에 항암제 내성이 생기기 쉬워 생존율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

결국 암 발생 초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술력과 진단법이 현재까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암 진단과 치료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면에서 피 속의 특정 질환과 관련된 단백질(생체표지)을 찾아내 분석하는 '다중진단' 기법이 암 진단의 획기적인 새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바로 피 한 방울로 질병 여부와 종류, 진척도를 초기에 알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혁명의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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