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첫 시집 낸 이정도 경북대 명예교수

경영학자 퇴임, 1년 후 시인 등단

저 저돌적인 삶이 부럽다/ 일직선의 신념 얼굴에 새기고/ 거침없이 내달리는 저 에너지가 놀랍다/ …/ 그래도/ 다시 목표 나타나면/ 새롭게 도전했을 것이다/ 좁은 연구실 한쪽에서/ 세세한 논리의 수치로/ 삶을 재단하는 나에게/ …. -시 '코뿔소' 중에서-

30여 년을 넘게 재무관리와 증권시장론을 강의해온 경북대학교 경영학부 이정도(71) 명예교수가 생애 첫 시집 '코뿔소의 열정'을 펴냈다. 경영학 학자로서 그동안 '증권시장론' '투자론' '재무관리' 등 경영학 관련 저서는 다수 출판했으나 2008년 퇴임 후 예순하고도 중반을 넘긴 나이에 1년간의 습작을 거쳐 시인이 됐고 올해 그동안 썼던 80편의 시를 모아 시집을 펴낸 것이다.

"반평생 넘게 친숙했던 합리적, 이성적, 계산적 사고의 언어였던 숫자와 인연을 끊고 시를 쓰기 위해 감각적, 문학적, 예술적 시어를 찾아야 했던 두뇌의 전환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달성군 하빈면이 고향인 남계(南溪) 이정도 교수가 시인의 꿈을 잉태하게 된 계기는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국어시간 배운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란 시가 한 번 듣자마자 뇌리에 콕 박힌 것.

"집에서 학교까지 15리 길을 중학교 3년 동안 통학했는데 그 길이 마치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와 환경적으로 연상 작용이 일어나 한 번 듣고 잊히지 않았죠."

늦은 하굣길 달빛 아래서 길가 무덤들을 보면 머리카락이 곤두섰다고 회상한 이 교수는 이어 경영학자의 길을 걷던 중 한중수교 직전인 1992년 7월 중국 시안(西安)에 들렀다가 우연히 만난 조선족 젊은 가이드와의 대화 중 그의 해박한 한시(漢詩) 실력에 감탄, 이때부터 틈틈이 중국어와 한시 공부에 몰입, 시인으로서의 자양분을 축적해 왔다.

"경영학도 문(文)'사(史)'철(哲)을 도입했을 때 사회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더욱 차원 높은 경영학이 됩니다. 그때 만난 그 가이드와 인연이 닿아 그의 한국 유학을 주선해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했고 전공인 경영학의 학문적 깊이도 더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요즘도 이 명예교수는 연구실에서 짬이 날 때마다 왕유, 백거이, 두보, 이백 등의 당시(唐詩)를 공부하며 문학적 소양을 익히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첫 시집 '코뿔소의 열정'에 실린 80편의 시제는 주로 자연과 풍경을 읊으며 '시중화 화중시'(詩中畵 畵中詩'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음)를 지향하고 있다.

"자연을 유심히 보면 그 속에 사물의 존재 의미가 드러납니다. 감각적 직관을 간결한 언어로 옮겨 그 심미적 관점을 메시지로 전달하는 게 저의 시적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교수는 15일 매일신문사 11층 매일가든에서 시집 출간기념회를 갖는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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