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과 색채/슈테판 폴라첵 지음/주랑 옮김/반이정 평론/이상북스 펴냄
불우했던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 평전 '불꽃과 색채'가 출간됐다. 기자 출신 오스트리아 작가인 지은이가 자신의 지식과 감정을 바탕으로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전기적 자료와 문화, 역사, 사상 관련 자료를 모아 재구성한 책이다.
고흐의 유년 시절부터 죽음까지를 그의 주변 인물과 대화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어 평전이 아니라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주 세세한 부분에서는 소설적 상상력을 보탰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가령,
빈센트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런 세세한 예는 아마도 고흐의 어릴 적 성격을 바탕으로 지은이가 상상한 장면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책은 고흐의 색채를 향한 뜨거운 열정과 생애를 거주지별로 구분해 서술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화풍의 변화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보여준다. 각 장마다 컬러로 그 시기의 대표작품을 수록해 이해를 돕는다.
이런 부분 역시 빈센트와 관련한 기록과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대화나 편지 등을 바탕으로 지은이가 소설처럼 재구성한 것이다. 지은이는 고흐가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를 그대로 수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편지 내용이나 에밀졸라, 폴 고갱 등 주변인물들과 나눈 대화 등을 현재의 장면으로 복원함으로써 독자들이 고흐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갖도록 하고 있다.
고흐는 자신의 삶과 그림에 대한 정열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멸시와 조롱 속에서 가난하게 살았다. 정신병원을 전전했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야외풍경이 보이는 병원으로 이전을 갈구했다. 생전에 그의 작품은 팔리지 않았고, 어쩌다가 팔려도 우편료가 없어 부치지 못할 정도였다. 정신병에 시달리던 그는 끝내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죽기 직전 그는 동생의 품에 안겨 '이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책은 고흐의 삶을 소설적 방식으로 보여주면서 '천재' 혹은 '광기'로 뒤덮인 반 고흐가 아니라 끊임없어 노력하고 발버둥치는 '인간 빈센트 반 고흐'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그의 삶과 예술을 박대했던 당대가 '편협'했다면, 그의 삶을 무조건 동정하고, 그의 작품을 끝 간 데 없이 '대접'하는 현재 역시 '편협'일 수 있다는 반성 아래 최대한 담담하게 써내려간 것이다.
미술평론가 반이정은 '고흐는 생전과 생후에 극단적으로 반전된 평가를 받음으로써 더욱 드라마적인 운명의 화가가 되었다. 그러나 반 고흐에 대한 선대의 외면만큼이나 후대가 조성하는 반 고흐 불패신화 역시 예술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고흐의 삶과 작품을 과장된 평가나 불필요한 연민 없이 바라보는 것도 고흐를 직시하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라고 썼다.
456쪽, 2만3천8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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