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서유럽에서는 중간계급이 주축이 된 '단일 문제'(single issue) 정당이나 시민운동이 출현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정당 쪽에서는 세금 감면을 목표로 했던 핀란드의 농업당, 덴마크의 진보당, 노르웨이의 진보당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노르웨이 진보당이 특히 눈에 띄는데 1977년 선거에서 무려 15.3%나 득표하는 기염을 토했다.
단일 문제 운동에서는 1971년 영국에서 생겨난 '진짜 에일(Ale)을 위한 운동'(Campaign for Real Ale, CAMRA)을 들 수 있다. '진짜 에일'이란 에일 맥주 중에서도 주조과정에서 여과나 열처리를 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맥주는 크게 에일과 라거(Lager)로 나뉘는데 에일은 상온(18∼25℃)에서, 라거는 저온(9∼15℃)에서 발효된 것으로, 전자는 쓴맛, 후자는 순하고 상쾌한 맛이 특징이다.
CAMRA가 생겨난 이유는 1950년대부터 거대 맥주회사가 공급하는 라거 맥주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어디서나 맛이 똑같은 맥주가 판을 치는 사태 때문이었다. CAMRA는 이런 맥주시장 변화를 마르크스주의적 논리로 설명했다. "대량생산으로 시장을 장악했던 자들이 장인 방식의 맥주 제조업을 지배함으로써 회사 이익을 위해 맥주 소비자를 조종한다." 즉 저급한 대체 맥주로 소비자의 미각을 빼앗았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맛에 대한 이러한 좌파적 접근은 '음식 전선에서의 계급투쟁'에 기여하기 위해 페이비언 사회주의자들이 창간하고 편집했던 'Good Food Guide'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이런 논리가 호소력이 있었는지 CAMRA는 8만 9천 명의 회원을 거느리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으며, 매년 맛있는 맥주집을 소개하는 'Good Beer Guide'를 발행하는 등 전통 맥주의 보존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운동'까지 벌여야 할 만큼 사람의 미각이 맥주 맛에 민감할까. 서울대 문정훈 교수(식품비즈니스학)와 경희대 정재석 교수(국제마케팅)가 최근 발표한 실험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표를 가린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국산 맥주가 수입 맥주보다 선호도가 훨씬 높았던 반면 상표를 보여주었더니 그렇지 않았다. 결국 '국산 맥주가 맛이 없다'는 평판은 편견이었다는 것이다. 이제 국내 맥주업체도 어깨 좀 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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