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각·시위…품격 스스로 저버린 국회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첫 시정연설이 끝나자 당장 '국회의 품격이 땅에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처음으로 시정연설을 하는 자리에 국회의원들이 지각 입장을 하거나 앉아서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이 담긴 장면이 전파를 타고 전 국민에게 생중계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기립해 손뼉을 치며 맞았지만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자리에 앉은 채였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할 때까지 본회의장에 입장조차 하지 않았다.

통합진보당 의원 5명은 '민주'라는 검은 글자가 새겨진 흰 마스크를 쓴 채 본회장에 앉았고, 김선동 의원은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내 '정당 해산 철회'라고 적힌 소형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특히 연설을 마친 박 대통령이 연단을 내려와 본회의장 야당 측 좌석의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민주당 김윤덕 의원에게 악수를 청했고, 이에 김 의원은 멋쩍은 듯 앉은 채로 악수했다.

이를 지켜본 한 정치인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전에 '국격에 맞는 격조 높은 시정연설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야당의 예우를 주문했지만 오랜 대치 정국에 예의나 예우는 상실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면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도 전원 기립해서 박수를 치며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한다"며 "너무나도 다른 미국과 우리나라의 국회 풍경을 보고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낯이 뜨겁다"고 했다.

다른 정치인은 "올 초 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박 대통령과 악수한 장면을 보고,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뭐라고 했느냐"면서 "당시 '굴욕 외교'니 '땅에 떨어진 국격'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아는데, 국내에서조차 이렇듯 대통령에 대한 예의나 예우를 하지 않는데 어떻게 외국에서 대접을 받겠느냐"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