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어리석은 사람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올해 5월에 영국에서 참 황당한 마라톤 경기가 있었다. 황당하다는 것은 마라톤 경기 결과가 황당했다는 것이다.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사람은 5천 명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었는데, 완주한 사람은 1등 한 선수 단 1명뿐이고 나머지 5천여 명의 사람들은 실격 처리된 것이다. 1등과 조금 간격이 벌어진 채, 2등으로 달리던 선수가 코스를 착각해 정해진 길을 벗어나서 달렸는데 뒤따르던 출전 선수들 모두가 2등 선수를 따라 뛴 것이다. 주최 측의 실수가 컸다. 미숙한 경기운영이었다. 그래서 참가비를 보상해 주기로 했다고 한다.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은 결승선에 도착할 때까지도 자신들이 잘못된 길로 들어섰고, 그래서 실격처리가 될 줄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경기결과를 보면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우리 인생이 떠오른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 인생도 황당한 마라톤 경기 결과와 별반 다를 바가 없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성경 누가복음 12장에 보면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라는 제목의 말씀이 있다. 어리석은 부자는 한 농부를 가리킨다. 그런데 그 농부를 보면 결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늦은 저녁까지 수고를 했다. 성실한 사람이었다. 해마다 그렇게 수고하다 보니 수확한 것이 많아졌고, 창고를 크게 짓고 수확한 것을 창고 가득히 저장할 수 있었다. 부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많은 것을 수확하였으므로 이제 좀 쉬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이 농부는 현대인의 기준으로 볼 때 롤모델과 같은 사람일 수 있다. 왜냐하면 많은 현대인들이 젊을 때 열심히 일하여 저축하고, 노년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그런 삶을 기대하고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람에게 하나님께서 이렇게 물으신다. "오늘 밤에라도 네 영혼을 내가 도로 찾으면 네가 수고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농부는 '이제 좀 쉬자, 인생을 즐기자'고 생각했지만 농부에게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농부는 성실한 사람이었지만 한 가지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것이었다. 나름대로 성공한 농부가 어리석은 농부가 된 이유는 성실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많이 배우지 못해서가 아니라 중요한 것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그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것이었다.

가수 최희준 씨가 부른 노래 가운데 '하숙생'이란 노래가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곡이다. 그것은 최희준 씨의 허스키한 목소리도 좋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사에 공감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참 공감이 가는 가사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가을이 지나고 있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때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나는 지금 잘살고 있는 것인지, 나의 남은 삶은 얼마나 되는 것인지 생각해 보자.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이승현 대구평강교회 담임목사 1020lsh@naver.com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19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55%로 직전 조사 대비 1% 하락했으며, 부정 평가는 36%로 2% 증가했다. 긍정적...
금과 은 관련 상장지수상품(ETP) 수익률이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실물시장 공급 부족으로 급등하며, 국내 'KODEX 은선물 ET...
방송인 박나래와 관련된 '주사이모' 불법 의료행위 논란이 확산되며, 유튜버 입짧은햇님이 직접 시인하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입짧은햇님은 '주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